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은마아파트 정비계획 심의안 수정·가결
35층 높이 5800여가구로 재탄생…내년 중 조합설립 인가 계획
강남·목동도 추진 기대감 솔솔…재초환·안전진단 등 걸림돌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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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시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수정·가결했다. 사진은 은마아파트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년 만에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됐다. 은마아파트가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서울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 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번 서울시 도계위 심의 통과는 지난 2017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된 이후 5년 만이다.
1979년 준공돼 올해로 44살인 은마아파트는 28개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 노후 아파트다. 이번 심의를 통과함으로써 35층 이하, 33개동, 5778가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공원 조성 등 공공기여계획 등이 기반되며 약 5800여가구 가운데 67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사업 승인이 번번이 좌절되며 준공한지 40여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터라 이번 깜짝 발표에 다들 놀랐다는 분위기다. 서울 및 수도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냐"며 기대감을 표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웬만한 노후 아파트 재건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많았을 정도로 은마아파트는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됐지만 19년 동안 조합이 설립되지 못한 채로 유지됐다. 재건축 도로 규정, ‘35층 룰’ 등 층수 제한 같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로 인해 서울시와 추진위가 대립하면서 사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결국 준공한지 40년이 넘어서면서 녹물·배관 문제, 단지 내 지하실 붕괴 위험 증가 등 단지 곳곳에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은소협)와 비대위 격인 은마반상회로 주민 갈등이 격화되고 재건축추진위원회 회장이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 측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5년 만에 도계위에 상정돼 수정·가결됨에 따라 향후 강남구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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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개발예시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
추진위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 35층으로 건립하는 정비계획안을 49층으로 변경하는 절차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대치미도아파트는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의 강남 1호 추진 단지로 49층 설계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건축 승인 소식에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매물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어제 발표 이후로 매물 문의나 향후 재건축 사업 진행 일정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며 "다만 아직까지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올린다거나 매매가 이뤄진 건은 없고 시장의 관심이 확실히 많아진 것은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가장 최근 거래는 21억4000만 원(지난달 17일)이었으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호가는 19억∼20억 원 선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로 인근 강남과 목동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강남, 목동을 넘어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도 재건축 추진 훈풍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정밀안전진단 규제 등은 여전히 정비사업 추진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은마아파트 재건축 승인이 재건축 시장을 환기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각종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 중 한 곳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승인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확대라는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 부동산 시장을 감안했을 때 공사비와 사업비 증가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