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고물가·고금리·약세장 따라 리츠·지수·채권 상품 출시
겨울철 다가오며 천연가스 상품 추가 상장...인버스 상품 안정화
거래소 "3배 및 소수점 배율 허가...테마형 ETN도 상장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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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고물가, 고금리에 증시 약세까지 맞물리며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WTI원유 ETN에 주목한 반면, 하반기에는 리츠, 채권, 천연가스 등 상품을 대거 내놓으며 ETN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향후 더욱 다양한 ETN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ETN 시장은 원유 선물 상품의 시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원자재 값이 급등한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체제인 WTI원유 가격이 크게 치솟아, 높아진 변동성에 대한 투자수요가 많아졌다.
지난 4월 27일 하루만 해도 KB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WTI원유 선물 ETN 17종을 동시 상장하기도 했다. 이 시기 원유 관련 레버리지 상품을 막아왔던 한국거래소가 다시 상품 출시를 허용하기 시작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유가 급상승에 따라 인버스 상품 가격이 급락하자, 이를 정상가로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들을 대거 상장시킨 것이다.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유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거시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되자, ETN 출시 경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한 올 7월은 리츠가 안정적인 대안 투자처로 꼽혀, 삼성증권과 KB증권으로부터 ‘리츠 TOP10 ETN’이 출시됐다. 우량 리츠의 경우 물가 상승분을 적용해 임대료를 인상하기 용이하고, 매각으로 특별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은퇴시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9월 무렵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의 ‘자이언트 스텝’이 계속되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되고, 세계적으로 약세장이 심화하자 다양한 대표지수 선물 ETN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신증권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대신 S&P500 VIX S/T 선물 ETN’을 상장했으며, 이번 달에는 코스닥150 선물의 양방향을 추종하는 ETN을 내놨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선물지수 ETN을 각각 출시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채권금리에 주목해 국고채 ETN에 중점을 뒀다. 지난 8월 말 국고채 30년물 ETN 4종을 시작으로, 이달에는 국채 30년 총수익 지수와 미국채 10년 총수익 지수를 추종하는 ETN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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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리츠, 채권, 천연가스 등 상품을 대거 내놓으며 ETN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
전날에는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이 천연가스 ETN을 새롭게 선보였다. ‘하나 블룸버그 천연가스 선물 ETN’과 ‘대신 S&P 천연가스 선물 ETN’으로, 둘 모두 미국 천연가스 선물 지수를 상·하방으로 2배 레버리지 추종하는 2종의 상품으로 구성됐다. 이번 상품 출시는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의해 가스 수급 불안이 확대되자 변동성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비해 인버스 ETN을 다수 상장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하반기 이처럼 다양한 ETN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ETN 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한국거래소의 의중도 강력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원유 ETN의 대규모 거래 정지 이후 신규 ETN 상장도 대거 제약을 했으나, 작년부터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다시금 금·은·구리 등 원자재 위주로 상품 라인업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한국거래소는 이달 5일 시행세칙을 개정, 소수점 배율과 채권형 상품에 한해 3배율 레버리지를 허용했다. 이번 개정으로 ±0.5, ±1, ±1.5, ±2 등 총 8종의 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됐으며, 채권형은 ±2.5, ±3이 추가돼 총 12종으로 넓어진다. 상품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허용범위 내에서 투자위험을 조절하고, 기준금리 인상 및 증시 변동성 확대로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 정도면 웬만한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다 시장에 갖춘 것 같다"며 "현재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 테마형, 3배 혹은 소수점 배율 상품 및 추종 주가지수에 변형을 가해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