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
운전을 하다 보면 테슬라 자동차를 보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테슬라에서 처음 전기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할 때 실제 실행 가능할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기존 자동차 업계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다툴 강력한 경쟁자의 대두에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라는 우주탐사 기업도 세워 세계 최초로 민간 상업용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궤도 로켓을 100회 재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말 테슬라가 주최한 ‘인공지능(AI) 데이 2022’에서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humonoids)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를 소개했다. 지난 2021년 행사에서 향후 개발될 인공지능 로봇의 개념을 제시했던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데이터로 학습을 한 시제품인 범블C와 발전된 옵티머스라는 로봇을 소개했다.
무대에 선 범블C는 내부의 전선들이 어지럽게 노출되어 있었고, 옵티머스는 아직 혼자 걷기도 힘든 수준이라 더 뛰어난 성능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이런 테슬라봇을 두고, 외관이나 성능이 이미 소개됐던 다른 인공지능 로봇보다도 떨어진다는 혹평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을 고려하면 놀랍다고 두둔하는 견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런 뜨거운 반응 자체가 테슬라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인공지능 데이에 소개된 테슬라봇이 던진 기대와 우려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모델3 생산을 위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 100% 자동화 공정을 추진하다 실패하자, 인간을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완전한 자동화를 위해서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휴머노이드는 외형이 인간과 유사해 의인동형화(anthropomorphism)를 통해 인간이 거부감을 덜 느끼고, 상호작용이 용이하다. 그뿐 아니라 기존에 인간이 활동하던 공간 자체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공간 재구성에 필요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는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특정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갖춘 로봇을 추구한다. 테슬라는 판매된 차량의 주행정보를 수집해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로봇이 수집한 정보까지 더해 ‘도조(Dojo)’라 불리는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것이다.
테슬라의 발표처럼 향후 수백만 대의 로봇을 2만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로봇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생산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점이 바로 테슬라봇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열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마냥 허황된 것만은 아닌 이유다.
이런 밝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테슬라봇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관련 보도 후 나온 반응처럼 테슬라가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하더라도 막상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더불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단순히 차량 주행 관련 정보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현장이나 개인의 가정에서 로봇이 정보를 수집한다면 영업비밀 침해나 내밀한 사생활을 포함한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도입으로 산업 현장의 인간을 대체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도 제기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있었던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거부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 거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분히 내일을 준비하는 리더들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