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카카오 사태와 국가기간산업 관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5 10:18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2022102501000852500037921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기간산업은 한 국가의 토대가 되는 산업을 뜻한다. 기간(基幹)이라는 용어속에는 국민경제 발전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영어로는 기초 산업(basic industry) 혹은 핵심 산업(Key industry)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므로 국가에서 보호 및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해야 하고 , 동시에 산업의 중단이 있어서는 안되므로 갖가지 대책을 준비한다. 해당 사업자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설장치 등의 의무와 기준 사항 등을 법으로 제정하여 행여라도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핵심 사업이다 보니 산업 중단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전체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상황이 다르니, 기간산업은 서로 상이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조선, 항공 등을 기간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에 대한 핵심 기능을 하는 사업자들로 구성된 ‘기간통신사업자’의 개념도 존재하는데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관리하며, 이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이나 유선통신 등 통신기기들이 작동하기 위한 유무선의 장비와 선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에게는 중단없는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하는 일련의 조건에 합당한 시설 등 물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함은 물론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의무도 부과된다.

기간산업 등은 대개 유형의 하드웨어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낙후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불과 10년전만 해도 불법으로 영화와 음악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했던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무형의 자산에 대한 인식변화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5일 전국민 소통 소프트웨어인 카카오톡이 오후 3시 30분경 장애로 중단된 후 무려 10시간이나 지난 16일 오전 2시경에서야 겨우 일부 기능만 복구되었다. 그사이 거의 전국민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원인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서버가 있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기인했고, 장애시에 대한 평소 카카오의 대비가 과연 적절했던가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번사태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점은 국가가 관리하는 기간산업에 대한 ‘정의’가 과연 시류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과거처럼 몇 가지 단순한 부류만을 기간산업을 지정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해서는 역부족이며, 특히 눈에 보이는 유형의 하드웨어 자산 위주로 형성된 기간산업의 정의가 가진 맹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무려 4700만명을 넘는다고 알려진 말 그대로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사용하고 있는 통신 수단인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어떠한 기간산업자로도 분류돼 있지 않다.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의 방법과 형태가 크게 바뀌어 왔지만, 규정은 여전히 통신망을 이루는 물리적 하드웨어 위주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정부는 그간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법을 제정하여 네이버 등 주요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등 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된 현실 환경을 반영하기에는 태부족이다.

부가통신사업자들 등은 ‘기간 통신망’이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는 ‘기간 소프트웨어’로 성장하였지만, 큰 틀에서 일정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는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등의 기반시설들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작동 기저를 기간산업으로 지정하여 규율할 필요가 있다.

이제 서비스는 주로 클라우드 등을 이용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안정적’ 컴퓨터 운영이 가능한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된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각종 장애 위협, 예컨대 지진으로부터의 내진장치부터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시설 그리고 안정적인 통신속도를 제공하는 회선이 갖춰진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사태는 그 시작점인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에서 작동하며, 컴퓨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된다. 기간통신망 시설을 도로에 비유한다면,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그동안 도로관리에 치우쳤던 관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 자동차들의 안전 기준까지 적절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하여야 할 때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