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분기 실적 발표 시작
금리급등 영향으로 부진 가시화
레고랜드 리스크는 정부 진화 나서
PF·채권 시장 악화는 계속
'금리 인상 둔화'가 근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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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3분기 주요증권사 실적 발표가 시작되며 그간 우려됐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됐다.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 상반기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계속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관련 수익도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발생한 레고랜드 발 악재는 정부의 후속 조치로 사그라들었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하지 않는 한 PF 및 채권 관련 업황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KB증권의 누적 당기 순이익은 3037억원, 하나증권의 순익은 28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1%, 3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익은 5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2% 증가했으나, 이는 사옥 매각 이익(세전 4921억원)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우려했던 3분기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상장 증권사 7곳(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179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79억원) 대비 43.8%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같은 부진은 장기화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거래대금 저조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부진한 가운데, 9월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부채자본시장(DCM) 및 채권 운용 수익에도 경고등이 울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수익은 아직 선방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가 계속되고 있어 4분기부터는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레고랜드 발 뇌관 터질 뻔했지만...신속 조치 나선 정부
최근에는 부동산 PF 및 회사채 부문에 또 다른 리스크가 불거졌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관련 부동산 PF 자산유동화증권(ABCP) 채무보증 이행을 거부하자, 시장 전반에 신용 불안이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도 총 10곳에서 1950억원어치 레고랜드 ABCP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PF 부문을 떠나 흑자도산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단 지난 21일 강원도가 ABCP 보증채무를 내년 1일까지 이행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23일에는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행정안전부에서도 13개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채무 이행 의사를 확인하며, 지자체가 채무를 보증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증채무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단기 악재 소멸했으나...PF·회사채 실적 개선은 ‘금리 인상 둔화’에 달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로 PF 시장의 단기 악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 채권에 시공사 보증 PF ABCP가 포함됐는데, 이는 그간 실행됐던 금융시장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향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닉에 가까운 부동산 PF 기피 양상을 보였던 단기자금시장 기능 회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근본적인 PF 리스크 해소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 및 한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 악화를 불러온 만큼,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돼야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형 증권사의 경우 우량 딜 위주로 선순위 PF 채권 비중이 커 큰 문제는 없지만, 중·후순위 채권 비중이 큰 중소형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날 금융위원회도 금융감독원과 함께 최근 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업권별 부동산 PF 대출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증권사 관계자는 "선순위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우량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대형사는 나은 상황이지만, 비교적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들은 리스크 관리로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조치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높은 채권 금리로 공·사채들은 높은 금리로 낙찰되거나 매수수요가 적어 유찰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진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이 나온 직후인 전날 한국가스공사(AAA)가 발행한 2년물과 인천도시공사(AA+)가 발행한 3년물은 유찰되며 현실로 나타났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경직이 풀리려면 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많은 돈을 풀어서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글로벌 긴축 기조와 역행하는 것"이라며 "채권 뿐 아니라 증권 업황 자체가 금리 인상 속도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