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웨스팅하우스 돌연 지재권 소송 왜…韓 견제냐 매각전략이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6 15:23

원전업계 "웨스팅하우스 보유한 캐나다 사모펀드, 주가 올려서 매각할 의도"
"웨스팅 하우스의 이번 소송은 그들이 이길 수 없는 소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는 지난 UAE때처럼 이익을 확보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로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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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의 폴란드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대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갑자기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원전업계에서 나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6일 "과거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때도 지금과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한 걸 요구할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보다 우월한 기술력이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자신들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잠재적 매수자와 원전 도입 희망국에게 심어줘 주가를 올려 매각할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폴란드 신규 원전 6기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아직 한 기도 확정이 안됐다"며 "다만 정작 웨스팅하우스가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도산 당시 자국인 미국에서도 완공을 못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은 전세계 약 440개 원전 가운데 절반이 사용한다. 한국은 웨스팅하우스와 1987년에 기술전수계약이라는 걸 맺었다. 원전 도면을 다 넘겨받아 개발해 국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어 1997년에는 해당 기술로 개발된 원자로를 미국 제외 모든 나라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지금 제기한 소송은 당시 기술이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몇 가지 기술들을 걸고 넘어지는 것인데 큰 기술이 아니라 금방 국산화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소송을 제기해 놓으면 우리나라의 잠재수출국들에 한국을 폄하할 수 있다"며 "시간을 오래 끌면서 합의를 유도할 것이다. UAE 때도 이런 방식으로 원하는 바를 얻었다. 이번에는 더 나아가 매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전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를 보유한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비즈니스파트너스사(社)가 올해 적극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매각하고 있는 것을 그 근거로 보고 있다. 브룩필드는 최근 웨스팅하우스 지분 49%를 캐나다 우라늄 업체 카메코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부채 34억달러를 포함해 79억달러다. 웨스팅하우스가 파산을 딛고 일어선지 4년만에 매각된 것이다. 브룩필드는 여전히 여전히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는 웨스팅하우스를 뻥튀기를 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해 도시바가 브룩필드에 매각하기 전까지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시장에 참여를 안 했었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참가했다"며 "그런데 파산 당시 자국인 미국에서도 건설을 제대로 못해 도산한 기업이다. 파는 척 하면서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러시아가 건설한 동구권의 일부 발전소의 핵 연료를 웨스팅하우스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과가 있다"며 "한국이 새 정권에서 원전 수출 등을 국정 과제로 추진한다는 것을 다 알고 듣고 보고 있는 만큼 이 시기에 최고 가격을 받고 한국에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웨스팅하우스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한미 정상이 원전 협력을 약속한 것을 보면 국제관계 상 이미 상당수 물밑 흐름이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미 원전 협력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배하는 한미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전 세계 원전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원전건설의 대명사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고리 1·2·3·4호기, 한빛 1·2호기는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원자력 발전소다. 설계도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우리나라가 만든 한국형 APR1000 원자로 도입 발전소가 한빛 3·4·5·6호기, 한울 3·4·5·6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12개 발전소다. 이 발전소들에 대한 설계 원천 재산권(IP)도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다. 이후 신고리 3·4 호기부터 도입된 APR1400은 우리나라가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만든 발전소다.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원전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판단 아래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우리나라 두산중공업(현재 두산에너빌리티)도 32억 달러 정도에 입찰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미국·유럽 등 각국에서 공사가 지연되고 시공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파로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3월 약 7조12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고 발표, 미국 연방 파산보호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냈고 2018년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비즈니스파트너스에 인수됐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원전의 모든 설계 기반 자료를 다 갖고 있는데다 사후 관리 사업권까지 가지고 있다"며 "사실상 세계 민간 원전에 대해 가장 영향력이 큰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게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나 회사에 매각되면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악영향"이라며 "러시아나 중국에는 팔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프랑스 EDF라는 회사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EDF가 웨스팅하우스를 매수한다면 우리나라는 아마 해외에서 원자력 수출 사업은 거의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도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키(Key)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나 영국 등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유럽 원전 수주에서 상당 부분 앞서고 있다"며 "우리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면 자연히 수주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측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면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의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지금 국내 한 기업이 인수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국가적으로 이런 도전을 생각해 보면 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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