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로이터/연합뉴스 |
특히 최근에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불과 7주 만에 교체되는 혼란이 벌어지면서 조기 총선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총리 교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영국 대중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탓에 조기 총선 요구가 크다고 보도했다.
트러스 전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지난 20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 총리가 지명된 뒤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이후 리시 수낵 총리가 트러스 전 총리 후임으로 결정된 지난 24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56%가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에 달하는 국민이 조기 총선을 원한다는 결과다.
영국 정부와 하원 청원 사이트에는 즉시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돼 이날까지 88만 5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NYT는 총리 결정 과정에 영국 국민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기 총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이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임기를 채우지 못해도 다음 대표가 총리직을 잇는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사퇴로 나선 트러스 전 총리는 영국 인구(6700만명)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6만명 보수당원 투표로 총리에 선출됐다.
수낵 총리는 후보 등록 요건인 추천 의원수 100명을 넘긴 다른 후보가 없어 보수당원 투표 경쟁 없이 대표 겸 총리가 됐다.
영국 현행법에 따르면 다음번 총선은 2025년 1월까지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CNN 방송은 영국이 2019년 총선이 치러진 후 세 번째 총리를 맞이했고, 두 차례 연속으로 총선을 이끌지 않은 인물이 총리가 되면서 새 총리가 민의를 물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2차대전 이후로 3차례 연속 총선 없이 총리가 결정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낵 총리가 의회에 출석하면 최근 3∼4년 내 전현직 총리 4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총리와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전직 총리들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메이든헤드, 존슨 전 총리는 억스브리지·사우스라이슬립, 트러스 전 총리는 사우스웨스트 노퍽 지역구 의원이다.
NYT는 이런 웃지 못할 풍경이 짧은 기간 여러 명의 대표를 거친 보수당 내부 난맥상을 그대로 모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인 노동당도 이런 틈을 파고들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 20일 조기 총선을 재차 촉구하면서 "보수당 실패의 12년을 지나 영국 국민은 이 혼돈의 회전문보다 훨씬 나은 것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보수당이 굳이 조기 총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더 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20∼21일에 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였다.
열흘 전 조사에 비해 노동당은 5%p 올랐고 보수당은 4%p 떨어졌다.
수낵 총리는 이날 첫 대국민 연설에서 보수당의 2019년 총선 승리가 ‘개인’의 것이 아니고 보수당 전체의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총선 없이 당내 경선에서 대표로 선출된 존슨 전 총리는 이후 추진한 2019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 압승을 이끌었다.
수낵 총리 발언은 당시 선거 승리를 이끈 존슨 전 총리 뿐 아니라 보수당 전체가 승리에 권한을 갖기에, 자신의 정통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NYT는 수낵 총리가 조기 총선에 반대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