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무리수?"…도마위 오른 英 수낵 내각, 누가 기용됐길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6 13:40
BRITAIN-POLITICS/SUNAK

▲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당내 반대파들로 꼽히는 리즈 트러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정부 출신의 장관을 대거 재기용했다.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당내의 균열을 수습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집권 보수당 대표로 선출된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오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제57대 총리로 임명된 뒤 내각 인선을 시작했다.

더타임스는 발표된 내각 명단에 대해 "친구를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뒀다"고 총평했다. 가디언은 "경험을 갖춘 인사를 최고직에 복귀시키는 것을 추구한 인사"라고 전했다.

실제로 수낵 총리는 제러미 헌트 재무,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 벤 월리스 국방 장관 등 트러스 정부 출신 핵심 장관을 대거 유임했다. 트러스 정부에서 유임된 주요 인사는 모두 13명(직책 이동 포함)에 이른다.

더타임스는 앞서 트러스 전 총리가 경쟁자였던 수낵 총리 측 인사를 내각에서 전면 배제해 당내 분열을 불러온 바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러스 정부 인사를 수낵 총리가 다시 기용한 것을 보면 반대파까지 손을 뻗으려는 그의 의지가 드러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리 선출 과정의 논공행상을 위해 일부 무리수 인사도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 기용이 대표적이다. 보수당 우파로 분류되는 브레이버먼 장관은 개인 이메일로 기밀문서를 보냈다가 보안 규정 위반 논란을 일으켜 장관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수낵 총리를 지지하면서 기사회생했고, 결국 사임 6일 만에 다시 장관직에 복귀했다. 가디언은 브레이버먼의 기용에 당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불만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다른 수낵 지지자였던 데이비드 T.C. 데이비스 의원은 웨일스부 장관으로 기용됐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어린이난민·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수낵 총리와 경쟁하다 막판 총리 도전을 포기한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의 직책에는 변화가 없었다. 모돈트 원내대표는 외무장관 자리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모돈트 원내대표는 총리 관저에서 약 1시간가량 머물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남성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법무, 재정, 내무, 외무, 국방 등 주요 장관직은 모두 남성이 차지했다. 핵심 요직 중 여성장관은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여성을 희생해 남성에게 (선거 지지의) 보상을 몰아줬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이어 테레즈 코피 환경부 장관,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 케이 바드노크 무역장관, 미셸 돈란 문화부 장관 등의 여성이 ‘중간 랭킹’ 장관직에 기용됐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제1야당 노동당의 텃밭인 영국 중부와 동북부, 이른바 ‘붉은 장벽’(red wall) 출신 인사들도 거의 외면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수당은 앞서 2019년 총선에서 이 지역을 대거 휩쓸면서 대승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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