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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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발해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및 판로의 가능성을, 대기업에게는 혁신창출의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 올해 정부가 민간 주도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만큼 앞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 및 상업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으로 근래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이오엔텍과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개발 사례를 들 수 있다.
바이오엔텍은 2008년 터키 출신 독일 이민자인 사힌과 그의 아내 튀레지가 독일에서 설립한 바이오 벤처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화이자는 바이오엔텍과 협력하여 1년도 안 돼 COVID-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2021년 바이오엔텍과 화이자는 3억 도즈 분량의 백신을 생산했으며, 43조3600억원 규모의 코로나 백신 매출액을 달성했다. 바이오엔텍과 화이자는 절반씩 나눠 가진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업 내부의연구개발( R&D) 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폐쇄형 혁신’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개방형 기술혁신’인 것이다.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다.
AT&T가 해체된 후 루슨트(Lucent)는 벨 연구소의 가장 큰 지분을 상속받았다. 20세기초에 에디슨이 세운 벨 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였으며, 따라서 루슨트는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해야 했으나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반면 벨 연구소 정도의 내부 R&D 기능이 없는 시스코는 루슨트를 제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루슨트는 최첨단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부 R&D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고, 미래 세대를 선도할 발견을 추구했다. 반면, 시스코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이든 간에 외부에서 인수했다. 일례로 전직 루슨트 전문가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 관계를 맺음으로써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스코는 자체적인 연구를 많이 수행하지 않고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개발 조직의 산출물을 따라 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는 폐쇄적 혁신이 더 이상 대세가 되지 않게 되었다. 지식 노동자의 수와 이동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기업들이 지식노동자들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통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또 다른 요인은 민간 벤처 캐피털이 증가함에 따라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폐쇄적인 기업 연구소 외부로 빠져나온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려는 노력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데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더 이상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묶어 두지 않고, 대신 라이선스 계약, 조인트 벤처 및 기타 약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는 방법을 찾는다. 현재 전 세계는 폐쇄형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첨단 기술을 뛰어넘어 자동차, 의료, 은행, 보험 및 소비자 패키지 상품과 같은 많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통 제약업체인 유한양행이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식품회사인 오뚜기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의 불꽃은 갈수록 활활 타오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