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첫 원전 사업자 결국 美 웨스팅하우스…한수원은 민간 원전 올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9 10:59

- 미국 지재권 소송, 안보이슈에 밀려

- 원전업계 "자력 수출 어렵다는 방증...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도 고려해야"

clip20221029105301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의 첫 원자력발전소 건설 1단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폴란드 민간 기업이 발주한 다른 원전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로 최종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도 "폴란드 총리가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400억 달러 규모 원전 건설 1단계 사업자로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에너지 안보에서 양국 간 공조 강화를 다짐했다. 그랜홈 장관은 "이는 대서양 동맹이 우리의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것에 대항하는 데에 하나로 뭉쳐있다는 것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선명한 메시지"라고도 했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려졌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 그랜홈 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원전 건설 사업자에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사신 부총리는 당시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에 있어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수주에 공을 들여온 폴란드 원전을 안보 논리를 앞세운 미국에 내준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앞서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한국전력과 한수원의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에 자사의 기술이 이용됐다면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할 당시에도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측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기술속국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며 "수출이 우리나라 자력만으로만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라도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폴란드 재계 서열 2위 기업인 제팍(ZEPAK)이 요청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조만간 제팍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할 전망으로 알려졌다.
jjs@ekn.kr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