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규제개혁 흔들림 없게 법제화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31 10:12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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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미국 트럼트 전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던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분담금의 10배 정도인 6조원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우리 국민의 눈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캐릭터와 결합되면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다. 한번은 택시에서 기사가 트럼프 정부가 저렇게 과도한 요구를 계속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차라리 중국과 더 친해지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해 필자와 약간의 논쟁을 벌인 일도 있다.

반면, 규제개혁 분야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법인세 인하, 기업 활동 관련 규제 개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통령으로 취임 첫해인 2017년 행정명령 제13771호를 제정하여 이른바 ‘two for one rule’ 이라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제도의 주요 내용은 규제비용과 규제 수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규제 수 측면에서는 규제 1개가 만들어지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해야 한다. 동시에 규제비용 측면에서는 최소한 신설·강화 규제로 발생하는 규제비용만큼 기존 규제의 폐지로 상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로 인한 성과는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 우수했다. ‘two for one rule’로 대표되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시행한 2017년부터 2021년 4년간 감축한 규제비용, 즉 신설·강화 규제로 발생한 규제비용에서 규제폐지로 절감한 규제비용을 뺀 순규제비용이 1986억 달러로 당초 목표 793억 달러를 초과하였다. 같은 기간 규제 수에 있어서도 당초 목표 1개 신설·강화 규제당 2개의 규제 폐지였지만 실제는 1개 신설·강화 규제당 5개의 규제를 폐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two for one rule’의 법적인 근거가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해 규제개혁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행정명령(Executive Order) 우리나라의 시행령, 고시와 유사한 것으로 정부가 교체되거나 정책이 변경되면 행정부의 재량으로 언제든지 쉽게 폐지가 가능하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시스템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시스템 폐지 이후 규제 수와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먼저, 제도가 시행된 4년간 규제로 인해 발생한 총 규제비용은 648억 달러였지만, 제도가 폐지된 직후 2021년 한해에만 총 규제비용이 2015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발생한 규제비용 총액의 3배가 넘는 규제비용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에 발생한 것이다.

규제 수 측면에서도 바이든 정부 1년차에 신설된 경제규제 건수는 69건으로 트럼트 행정부 1년차 22건의 3배가 넘고, 2년차 경제규제 신설 계획도 트럼프 행정부 139개, 바이든 행정부 294개로 바이든 행정부 2년차 경제규제 신설 계획이 트럼프 행정부의 2배가 넘는다. 규제개혁에 있어 정부의 의지와 규제개혁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two for one rule’과 유사한 규제비용관리제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른 점은 신설·강화 규제로 인해 발생한 비용만큼 기존규제의 폐지·개선으로 상쇄해야 한다. 규제 수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공통점도 있는데 법적인 근거가 약하는 것이다. 총리 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에 법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행정규칙인 총리 훈령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부 교체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폐지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규제비용관리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강화 규제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기존규제를 폐지·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내용적 개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법적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정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규제비용관리제의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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