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수원, 31일 폴란드 국유재산부·민간발전사 제팍·전력공사 PGE와 MOU·LOI 체결
폴란드 부총리 "한국형 원전 본계약 체결 가능성 100%"…우리나라 세 번째 수출 길 열어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 목표 내세운 尹정부 취임 6개월도 두 차례 성과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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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폴란드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원전협력을 위한 한-폴 정부간 양해각서(MOU) 및 기업간 의향서(LOI)를 각각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표트르 보즈니 제팍 사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지그문트 솔로쉬 제팍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우리나라가 최대 42조원 이상 규모의 폴란드 민간주도 원전 프로젝트를 사실상 수주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역대 세 번째,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원전 수출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특히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 취임 6개월도 안돼 두 차례 원전 수출 성과를 이뤄내게 됐다.
폴란드 민간 원전 프로젝트 만으로 총 수주금액 최대 42조원 이상에 이르는 한국형 원전 1.4기가와트(GW)급 2∼4기 수출이 예상된다.
원전 수주의 경우 주기기 등 기자재 공급 뿐만 아니라 건축물 시공, 운전 및 유지보수 등의 수출도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31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폴란드의 국유재산부, 민간 발전사 ‘제팍’( ZE PAK), 국영 전력공사 ‘PGE’와 원전 개발계획 수립 관련 양국 기업 간 협력 의향서(LOI)와 정부 부처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엔 이창양 산업부 장관, 황주호 한수원 사장,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지그문트 솔로쉬 제팍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등이 참석했다.
야체크 사신 부총리는 이날 MOU 체결 뒤 한·폴란드 언론 간담회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묻자 "짧게 대답한다. 100%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수원, 제팍, PGE 3개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240㎞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전을 짓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퐁트누프에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철거하고 원전을 새로 짓는다.
‘폴란드 에너지 정책 2040’에 포함된 폴란드 정부의 기존 원전 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기업 주도로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이다.
폴란드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6∼9GW 규모 가압경수로 6기 건설 사업은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지만, 민간 주도의 별도 사업은 한수원이 계약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한수원, 제팍, PGE 등 양국 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LOI 체결을 통해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원전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키로 했다. 3사는 안정적이고 깨끗하며 저렴한 전기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예상되는 투자 비용과 운영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특히 3사는 올해 말까지 소요예산, 자금조달, 예상 공정 등이 담긴 개발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장관과 야체크 사신 부총리는 양국을 대표해 이날 관련 MOU에 서명하고 3사가 추진하는 퐁트누프 프로젝트 원전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폴란드 퐁트누프에 한국형 원전 2∼4기(1기당 1400메가와트(MW) 규모)를 건설할 예정"이라며 "양국의 협약서에 APR1400이라는 단어가 명시됐고, 폴란드 부총리까지 방문해 추진되는 프로젝트로 사실상 13년 만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을 수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또 "구체적인 규모는 나중에 정해진다"고 전제한 뒤 "한국형 원전 4기를 수출한 UAE 바라카 원전(20조원)과는 시간 차가 많이 나 직접 비교가 어렵고, 임금 등을 고려하면 최근 원전 4기 건설을 추진 중인 이집트 엘다바 원전(약 42조6000억원)에 비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폴란드에서 민간 원전 몇 기를 건설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LOI와 MOU 체결을 계기로 한수원이 참여하게 된 폴란드 민간 원전 도입 계획 수립과 앞으로 이뤄질 협상 등의 절차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원전은 국내든 해외든 최소 2기가 동시 건설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6기 사업이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만큼, 병렬적으로 추진되는 민간 주도의 원전 사업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산업부는 내다보고 있다.
사신 부총리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원전 기술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사신 부총리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의견 차이일 뿐"이라며 "기업 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원전 사업이 정부 주도 프로젝트와 민간 주도 프로젝트로 이원화한 것에 대해 "정부 주도는 국가 예산으로, 민간 주도는 기업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프로젝트 모두 정부가 똑같이 지원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장관은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 업계에 일감을 제공해 국내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폴란드 간 산업·경제 분야까지도 협력의 수준과 깊이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원전 협력을 토대로 방산, 배터리,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주호 사장은 "한국의 APR1400 원자로는 3+세대 노형으로 가장 진보된 안전설비 및 보안설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제팍이 한수원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것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재확인한 것이며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양국간 협력관계를 더욱더 굳건히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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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폴란드 원전 프로젝트는 2009년 아시아(UAE), 올해 아프리카(이집트)에 이어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까지 확보했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 민간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우리나라의 세번째 원전 수출로 기록되게 된다.
한전은 앞서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4기(총발전용량 5600MW) 건설 및 운영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전은 이 프로젝트 수주로 UAE 수도 아부다비 서쪽 바라카 지역에서 2012년 7월 원전 건설을 착공한 뒤 지난해 4월과 올해 3월 각각 1호기와 2호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내년과 2024년 상업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2009년 당시 UAE 원전 4호기의 수주액은 총 186억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21조원이었다.
이 프로젝트 수주로 운영 기간 60년 동안 총 491억 달러, 한화로 54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한전의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13년 만으로 윤석열 정부 취임 3개월여만인 지난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 우리나라 두번째 원전 수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엘다바 원전 사업은 ASE JSC(러시아)사가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NPPA)에서 수주해 1200MW급 원전 4기(VVER-1200)를 카이로 북서쪽 300km 지점의 엘다바에 건설하는 것이다.
제팍과 PGE 측은 "한수원이 효과적인 한국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4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수원과 협력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세계 3위의 원전 운영사이며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중 하나인 UAE 바라카 원전을 계획된 예산과 공사기간에 맞춰 완공했다"며 "이 발전소는 1400MW 용량의 4개 호기로 구성돼 총 5600MW 용량이며, 4개 호기 모두 준공될 경우, UAE 전력 수요의 4분의 1 이상을 저렴하고 깨끗하며 안정적인 에너지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사는 한국의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건설에 대한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할 것"이며 "퐁트누프 부지에 대한 지질공학, 내진, 환경조건 분석을 수행하고, 상호간에 제안된 파이낸싱 모델에 따라 사전 작업, 건설, 운영 단계별 예산을 추산하며, 이 프로젝트 이행시 미치는 영향을 정의하고, 금년 말까지 상기 내용이 포함된 신규원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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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체크 사신 부총리는 "폴란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원전은 폴란드 상황, 특히 현재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이라며 "제팍과 PGE의 계획은 폴란드와 폴란드인들의 전략적 목표인 저렴한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신 부총리는 또 "이번 프로젝트는 확실히 양국 간의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폴란드가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양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수출 의지와 정책이 뒷받침된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고,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MOU와 LOI 체결을 계기로 폴란드와 긴밀히 협력하게 돼 상호 윈-윈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황주호 사장은 "한수원은 50년 이상 원전 건설과 40년의 이상의 운영 경험을 보유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이고 신규원전 사업에 있어 비교할 수 없는 기술력과 역량을 보유한 신뢰할 수 있는 원전 공급사"라며 "현재 한국에서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UAE와 한국에 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