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불출마로 5인 좁혀져
이달 중 2~3인 추릴 듯
애널리스트·IB·공직자 출신 등
위기 타개, 신성장 동력 등 공약
업계 "적극적인 이익 대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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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 연말 진행될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후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나재철 현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5인의 후보가 남은 가운데, 이달 중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로 ‘1차 탈락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가 자본시장 위기 극복, 금융투자 관련 제도 개선, 새로운 먹거리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차기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길 기대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말 진행될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경선은 ‘5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가나다순)가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바 있다.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던 나재철 현 금투협회장은 전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선거 당시 단임 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 및 개인의 건강 문제도 있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회장은 남은 임기 공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하겠다고도 직접 밝혔다.
이달 중순경 금투협에서 구성될 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2~3명으로 압축해, 월말쯤 최종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은 다음 달 넷째 주 중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후추위에 의해 선정된 최종 후보들은 그 전날까지 선거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번에 출마를 공언한 후보들 모두 금투사 현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실무형 회장감’으로 꼽힌다. 구희진·서명석 전 대표는 리서치센터장을 경험한 유명 애널리스트 출신으로서, 현재 유동성 위기에 처한 주식시장을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인재라는 평가다. 김해준 전 대표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교보증권에서 투자금융(IB) 부문 책임 임원을 두루 거친 ‘IB 1세대’로 통한다.
전병조 전 대표 역시 대형 증권사 IB 파트 사업을 맡았으며, 그 전에는 행정고시 합격자로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에서 활약한 공직자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근래 들어와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금융당국에 업계의 의견을 잘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서유석 전 대표는 미래에셋그룹 초창기 멤버로 20년간 한 그룹에 재직하며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펀드운용, 해외사업 쪽에서 특출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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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은 현재 자본시장 위기에 대한 후속 대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자금 경색과 그에 따른 정부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끝까지 위기를 수습하고 차후 유사한 리스크가 나타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기존 금융투자관련 제도들의 개선도 주요 공약으로 나왔다. 예를 들어 올해 시행된 디폴트옵션의 경우 운용사들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원금보장상품만 단독 선정되도록 설계돼 기대만큼 큰 혜택을 받지 못한 바 있다. 이 디폴트옵션 제도의 개편과 더불어 금융투자·연금 등 세제 개편, 각종 금융규제 개선도 후보들 사이에서 강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 입을 모았다. 현재 진행 중인 대체거래소(ATS)의 정착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는 금투사들의 플랫폼 역량 강화,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력 확보 등이 있었다. 이 공약들은 아직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지 않아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최종 후보가 발표되는 대로 차별화·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회장 선거 ‘유권자’라 할 수 있는 업계인들도 이번 선거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심각한 시장 위기 속에서, 현 금투협의 소극적 대처에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이 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금투협이 가장 중요할 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질 못한 감이 있다"며 "특히 자산운용업계에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은 현 회장이 선임되기 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으로, 그나마도 ETF 자금 유입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일부 운용사 대표 관련 사건, 금융감독원 대응, 증안펀드·채안펀드 이슈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음 협회장은 좀 더 적극적인 ‘무투파’ 후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