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대규모 조직·인원감축설 나와...일부는 사실로
'레고랜드'에 PF 중시 증권사 매각설도..."사실무근"
금감원 신고 접수하기도 "허위사실로 시장불안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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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주식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일부 회사에 대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및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 자금 경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업황 악화 우려가 루머를 양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찌라시’가 자금 조달 및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금융당국에 신고를 접수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내년부터 법인영업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30여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으며, 이를 통해 투자은행(IB) 및 자기자본투자(PI) 업무에 더욱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업황 악화로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프투자증권 외 다른 증권사들도 구조조정설이 돌았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업황 악화가 루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올해 내내 이어진 주식시장 부진 여파가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비롯한 전 사업 부문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적으로 실적이 저하되고 있다. 그간 증권사의 실적을 견인하던 IB 부문도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둔화 및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쳐 부동산 PF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는데, 구조조정설의 주인공인 증권사 대부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곳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루머를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연간 실적이 작년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조조정에 관련한 소문은 사실무근으로 알고 있다"며 "업황이 부진하긴 했지만, 작년 유난히 업황이 좋았을 뿐이고, 무리하게 조직을 키우지도 않았기 때문에 굳이 감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달 말에는 일부 증권사에 대한 ‘흑자부도설’과 함께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모두 중·후순위 PF 채권 비중이 큰 중소형사였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현재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매각설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냈고, 현재 어려운 시장에 대응할 준비도 모두 갖춰졌다는 것이다.
매각설이 돌았던 A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시행으로 옮겨지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며 "누구든 허위 사실을 자꾸 유포해서 시장 불안을 초래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증권불공정거래 신고센터 등에 신고를 접수하는 등 루머 양산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루머에 대해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은 이례적인 반응으로, 이 역시 불안한 업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낙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루머를 조기 차단하지 않을 경우, 회사 브랜드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 주요 사업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 도는 사실이 아닌 악성 루머만으로도 업계 전체의 평판을 저해해, 채권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