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럽 에너지 위기의 교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08 10:23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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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대표


"우리는 현재 러시아와 에너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파리와 프라하에서 만난 국제에너지기구 및 다른 에너지 워크샵에서 만난 유럽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록 포탄이 오고 가는 물리적 전장은 우크라이나이지만, 유럽 전체가 에너지 영역에서 러시아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는 영원히 수입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현재 올 겨울 및 내년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TV 미디어 및 언론에서는 거의 매일 에너지 위기 문제를 다루면서,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자립에 대하여 방송하고 있고, 많은 시민들도 일상 대화 속에서 에너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를 논하고 있다. 지난 주 유럽 현지를 방문하여 에너지 전문 기관 및 전문가들을 만나 보니, 심각성과 단호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유럽은 우선 단기 대책으로 올 겨울용 가스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최저점을 찍은 유럽 가스 저장량은 2000만 톤에 불과하였지만,노르웨이·미국·앙골라·세네갈로 LNG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고가의 가격 때문에 구매를 포기한 아시아 국가의 물량과 중국의 LNG 소비 감소에 따른 잉여LNG 등으로 약 5200만 톤의 LNG를 확보하여 2022년 9월 유럽 가스 저장용량의 90%이상인 7200만톤의 가스를 확보하였다. 게다가 평균이상으로 온화한 10월의 날씨 덕에 이제는 재고의 95%가 차서, 일시적으로 가스를 더 채우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으며, 가스 현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가스 공급의 긴급 확보 이외에도 가스 및 전력 절약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스 이외의 원자력·석탄·석유· LPG 등 다른 대체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노력도 병행하여 일단 이번 겨울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제 유럽에 매우 추운 겨울 날씨가 오게 되면 가스의 재고는 급속히 소진될 것이고 가스에 대한 우려가 다시 시작될 것이며 가스 현물 가격 역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의 가스 저장 시설의 재고량이 95%에 달하여 안심이 되는 듯 하지만, 사실 유럽은 LNG보다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다 보니, 가스 LNG저장 시설과 재기화 용량이 상당히 적어서 안전 재고를 다 확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유럽의 가스 사용량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300BCM인데 현재 가스 저장 시설은 100BCM이어서 3분의 1정도만 저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스 재고는 일시적인 것으로서 올 겨울 혹독한 추위가 닥친다면 유럽은 가스 위기를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년 겨울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러시아산 가스 기초 재고가 내년에는 거의 바닥 수준에 접근하기 때문에, 내년과 내후년의 에너지 위기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다각도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중기 대책으로, 유럽은 현재 LNG 터미널 및 저장 탱크를 늘리는 노력을 발빠르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저장용량을 빠른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이 가능한 부유식 해상 터미널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또한 가스 구입처에 대한 다각화도 계속 노력하여, 아프리카와 캐나다 지역까지도 LNG 추가적인 수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 가속화, 원자력의 부활 등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로부터 완전한 독립 추구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해외 에너지와 경제 의존도가 유럽 보다 훨씬 높은 대한민국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3%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가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에너지 수입이 올해 200조원에 달하여 무역수지 적자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경쟁력확보에 에너지는 매우 중요하므로 유럽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는 곧 우리 경제의 위기이다.

유럽은 러시아에게 경제적으로 부흥할 수 있도록 해준 가스를 무기로 사용한 것에 대한 배신에 격분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믿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 향후 어떤 식으로 종전이 되더라도 러시아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이기에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더욱 우리 스스로 확고히 하여야 한다. 에너지 안보를 위하여 유럽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을 연구하고 재정비하여야 한다. 기존의 에너지 정책의 세가지 축 (Trilemma)인 공급량 확보, 가격 안정 및 환경 보전의 측면에서의 균형을 추구하되, 또 추가적으로 위기에 대한 복원력(Resilience)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도 유럽처럼 저장성이 취약한 가스에 대한 에너지 안보 강화가 필요하다. 유럽의 상황으로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한 위기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극복할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2~3년 내에 중동국가에서 도입이 종료되는 약 1000만 톤의 LNG 계약에 대하여, 이를 대체할 도입 물량 확보와 도입선 다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스 소비 절약, 원전 최대 가동 및 재생에너지·석탄·석유 및 LPG 등 대체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도 유럽 국가처럼 재생에너지 및 원전 보급을 더욱 촉진하고 활용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가스 저장 인프라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되 FSRU등 저렴한 혁신 기술을 활용하고, 동맹국 및 주변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에너지 안보 능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에너지 안보는 우리의 삶과 경제 활동에 매우 소중한 것이며, 이론이나 구호가 아닌 실제적인 대책으로 스스로 확고하게 구축하고 점검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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