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강화한다더니"…전기위원회 유명무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08 14:42

- 위원장 포함 위원 5명 임기종료 두 달 가까이 후임자 선임 못해



- 과반 위원 임기 만료 속 10월 전기요금 인상안 통과, 12월 시행 예정 SMP상한제도 위원회 역할 없어



- 尹 정부 ‘시장원칙 전력시장, 위원회 독립성 강화' 공약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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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원회 조직도와 역할. 전기위원회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기요금 심의·의결 기구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위원회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의 절반 이상이 임기 만료로 공석인 상태다. 정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18% 인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에 그간 아무런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전기위원회의 전기요금 심의·의결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전기위원회가 정부 전기요금 조정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이래서 나온다.

위원장 포함 위원 절반 이상이 공석이지만 후임자 선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한국전력공사 적자에 대해 잘못된 전기요금 결정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 조성’을 위해 전기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전기위원회는 상임위원(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1명과 민간 비상임위원 8명(위원장 포함) 등 위원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9월 22일부로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의 임기가 만료돼 현재는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기위원회 의사를 진행할 위원장이 부재한데다 위원 과반이 공석으로 의사 및 의결 정족수(각 전체위원의 과반인 5명)조차 채우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4분기 전기요금 조정 심의·의결을 위한 전기위원회가 지난 9월 30일 위원장 부재상태에서 열려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전기요금은 통상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해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또 물가안정법에 따라 산업부가 미리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게 돼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위원회 차원에서 전기요금 정책방향이 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개최 이후 두 달 가까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시행을 앞두고 민간의 반발이 거센 전력시장 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도입 등과 관련해서도 전기위원회의 존재감은 아직까지 딱히 찾을 수 없다.

전기위원회의 설립목적·지위와 기능이 무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기위원회는 기관 홈 페이지에 "전기위원회는 전력산업의 경쟁시장 조성과 관련한 실질적인 업무 수행에 있어 주도적인 위치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기능은 전기사업 면허, 경쟁촉진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소비자 권익보호, 독점부문의 시장력 남용 규제,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감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해놓았다.

위원회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임기 만료 후 한달 이내에는 새로운 위원장과 위원 선임을 마무리하는데 올해는 국정감사 등과 시기가 맞물려 지연되고 있다"며 "늦어도 11월 말까지는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위원장 및 위원 선임 과정에서도 구설도 들린다. 윤석열 정부의 공언과 달리 벌써부터 위원회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은 그동안 산업부가 행사하던 위원장·위원 추천권을 대통령실이 모두 가져가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또 지금 위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인사들도 대부분 은퇴한 교수들로 알고 있다. 이게 산업부와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인지, 앞으로도 전기요금 책정을 용산(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연말 발표를 목표로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위원회 조직 개편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다. 독립성 강화 방식으로 전기위원회를 산업부에서 분리해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기관이 원가주의에 기반해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기존처럼 산업부의 소속기관으로 두되 산업부 장관이 가진 전기요금 결정 권한 등을 전기위원회로 넘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차관급 예우를 받는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다른 정부 부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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