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정용기 내정자, 국회의원 출신…황주호 신임 한수원 사장도 학계 인물
업무능력 등 고려해 고위 관료 출신 곳곳에 기용했던 과거 모습과 사뭇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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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내정자,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내정자.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 공기업 신임 기관장 자리에 관료 출신 인물들이 배제되는 모습이다.
과거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업무 능력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고위 관료 출신들을 곳곳에 기용했던 모습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10일 정계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에는 각각 정치인 출신인 최연혜 전 의원과 정용기 전 의원이 내정됐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학자 출신인 황주호 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기업 소관 정책을 추진하는 등 업무 이해도가 검증된 관료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임명됐었다. 에너지라는 분야인 만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에서는 산업부 출신의 관료 인사들이 주요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에 포진됐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거쳐 차관까지 지냈다. 그는 차관을 맡기 전에 가스공사 사장도 지냈다.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은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산업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채희봉 현 가스공사 사장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냈다.
한전 산하 5대 발전공기업 기관장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출신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을 제외하면 한전 또는 내부 출신 기관장들이다.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은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에 이어 산업부 소속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장을 지냈다.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은 한전에서 경기지역본부장과 기획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은 18년 동안 기술전문팀장, 보령화력복합발전소장, 기술안전본부장 등을 지냈던 내부 출신 사장이다.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은 한전 남서울지역본부장과 경영지원부사장 등을 지낸 전문가다. 김영문 사장은 대구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부장 검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관세청장을 역임했지만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남 울주군애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박지현 전기안전공사 사장도 내부출신 인사다. 1978년 입사해 안전정책처장과 경영기획처장을 지낸 뒤 상임이사와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임해종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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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관료 출신 인물들을 배제한 채 정치인이나 학자 출신 인물들을 신임 공기업 기관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경영 개혁과 리더십 회복에 주안점을 둔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과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이끈 핵심인물로 지목돼 현 정부의 원전 회복 정책과 대립 각을 보이고 있다"며 "현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임명 절차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책임으로 기소된 정재훈 전 사장과 채희봉 사장의 처신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재훈 전 사장과 채희봉 사장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함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채 사장은 청와대 비서관 재직 당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직권 남용과 업무 방해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정 전 사장은 백 전 장관 등 지시에 따라 평가를 조작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 의결을 이끌어내 한수원에 1481억원 손해를 입힌 배임·업무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인 점도 신임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 임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들이 각종 로펌에 자리를 잡고 산업부와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벌이는 이권 카르텔을 구축했다고 윤 대통령이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관료 출신 인사들을 배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정치인 등 대선 공신자에 대한 논공행상식 자리 나누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지 갓 1년을 조금 넘긴 정치 초보자로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려면 무엇보다 당정관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의 공기업 신임 사장 추천권을 존중, 인사권을 당과 사실상 일정 부분 나눌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