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폭, 최소 올해의 2배에 달할 것"…kWh당 19.3원 ↑ → 40원 이상 ↑
한전, 올해 잇단 요금인상에도 3분기 연속 영업손실…누적 적자규모 27조
한전-6개 발전자회사 등 캠페인 참여…서울 등 전국 8개 주요 거점 도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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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내년 전기요금이 올해보다 최소 2배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전기요금 구성 내역 중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이 크게 인상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전기요금 인상 폭이 주택용의 경우 KWh(킬로와트시)당 40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인 가구 당 전기요금이 최소 월 평균 1만원 넘게 오르는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6사 등 전력 그룹사는 14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합동으로 대국민 에너지절약 캠페인에 나선다.
한전은 서울과 광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6사는 각각 대구·인천·세종·대전·부산·울산 등 거점 대도시 지역별로 겨울철 에너지절약 실천을 호소한다.
내년 전기요금 대폭 인상을 앞두고 전기소비를 줄이도록 유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다.
1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내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추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전이 다음달 발표를 목표로 추진될 내년 전력량 요금 인상의 폭을 실무 차원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그 인상 폭은 그간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 안팎의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이날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한전의 적자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전기요금의 인상을 이미 예고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 3분기 실적발표가 있었던 지난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년에도 국제 연료 가격 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지난달 14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대표 김정관) 주최 10월 월례포럼에 참석해 "한전의 적자가 쌓여 있어서 내년 전기 기준요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대폭 인상돼야 한다"며 "다만 한꺼번에 인상하지 않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전기요금의 인상 폭이 주택용 기준 KWh당 40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요금이 KWh당 40원 인상되면 4인 가구당 월 평균 1만2280원 더 부담하게 된다.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307KWh인 점을 단순 고려한 계산의 결과다.
이렇게 되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폭은 최소 올해의 2배가 된다. 올해 들어 전기요금은 주택용 기준 KWh당 총 19.3원 올랐다.
한전은 지난 11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적자의 규모가 7조 530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영업적자 폭이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에서 2분기 6조5164억원으로 줄어들더니 3분기 들어 다시 늘었다.
특히 3분기 영업적자규모는 요금 인상 전인 1분기 실적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누적 적자규모가 21조8342억원에 달했다. 4분기 실적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올해 들어 지난 2분기부터 최근까지 전기요금을 비록 찔끔찔금 나눠 올렸지만 지난해 대비 그 인상 폭이 약 18%였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를 줄이는데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에도 그 인상 폭이 발전 연료비 오름 폭을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으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한전으로선 전기를 팔 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구조를 갖게 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올해 1∼9월 kWh당 평균 177.4원으로 전년(83.3원)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특히 지난 9월과 10월 평균 SMP는 각각 234.7원, 253.22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1월 12일에는 247.65원을 기록했고, 주중에는 300원대를 웃돌기도 했다.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는 kWh당 120∼130원대에 그쳤다.
전력 1kWh를 팔 때마다 100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실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영업손실 5조8601억을 포함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7조 6943억원에 달했다.
겨울로 접어들며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올 4분기(10∼12월)에도 조(兆) 단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의 한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8조4486억원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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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기준연료비 40∼50원 오를듯…"국제 연료 가격 상승세 지속"
한전은 올해 예상 적자 30조원을 해소하려면 4분기에만 전기요금을 ㎾h당 260원 올려야 한다는 추산을 내놓은 바 있다. 당장 기준연료비가 내년 ㎾h당 최대 50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력량요금에 기준연료비가 포함된다. 기준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석유 등 무역 통관 가격의 직전 1년간 평균치를 반영해 산정한다. 지난해 ㎾h당 9.8원 인상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LNG 가격이 20.7%, 유연탄 20.6%, BC유 가격이 31.2% 상승이 반영됐다.
연료비가 지난해말부터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내년 기준연료비도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물 기준 LNG 수입가격은 지난 9월 톤(t)당 1465.16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1월(805.44달러) 대비 무려 81.9% 오른 수준이다. 유연탄은 같은 기간 t당 131.1달러에서 177.25달러로 35.2% 올랐고, BC유(세전가 기준) 역시 지난해 11월 리터(ℓ)당 728.45원에서 올해 9월 951.13원으로 30.6% 상승했다. 분기당, 연간 상하한폭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연료비가 급등해도 조금씩 올릴 수밖에 없는 연료비 조정요금과 달리 기준연료비는 제한이 없다.
◇ "한전 적자는 결국 국민 부담, 요금 인상 막으려면 전기절약 필수"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범국민적인 전기절약 실천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창양 장관도 "올해 에너지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하면서 불요불급하게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한전채 발행은) 국민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린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가격 인상분 등 원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한편 한전의 자구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한전채 발행도 요금 인상 대신 국민에 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안 팔리면 요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돈을 찍어서 넣어주는 수밖에 없다"며 "공기업에 민간기업과 같은 재무적 잣대를 대면 안된다. 공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다. 정부를 대신해 국민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다. 유럽 국가들도 최근 에너지위기로 민영화했던 전력회사들을 다시 한전화(통합) 하고 있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