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아타운 선정 강남 대청마을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3 12:42

아파트 거래 침체지만 재개발지 빌라는 ‘급등’



1~2년 전 3~4억대 빌라 매물 9억대까지 올라



시장에선 기존매물 당일 팔리고 새가격 형성



모아타운 빌라가격 키워…투자 시 주의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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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대청마을 A구역 일대.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발표 당일 대청역과 가까운 A구역 신축 1.5룸 빌라가 6억원대에 바로 나갔어요. 이제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회수하고 7억9000만원까지 올렸습니다."(대청마을 공인중개업소 A 대표)

서울 강남구 마지막 재개발지 일원동 대청마을. 고층 건물이 즐비한 강남 개포·일원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30~40년째 반지하~최고 2층 주택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서울시는 대청마을 모아타운 대상 소위원회를 열고 일원동 619-641(대청마을 A·B구역) 일대를 모아타운으로 추가 선정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대규모 정비사업이 어려운 10만㎡ 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단위로 모아서 대단지 아파트처럼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그동안 대청마을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층수와 아파트 건설이 제한된 곳이었지만 반지하 주택 비율이 높고 침수우려 가능성이 높아 모아타운 막차에 탑승하게 됐다. 특히 이번에 모아타운 대상지에 선정됨에 따라 1종 지역(4층)이 2종 지역으로(7층~12층)으로 종상향 가능성이 커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모아타운은 노후도가 떨어지는 사업성 안 좋은 지역에서 차선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며 "대청마을은 2차 모아타운 선정 당시 2주간 검토해보고 추가 발표한다는 예고가 미리 있어 두 곳 중 한 곳 이상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 모아타운, 신속성이 최대 장점

지난 12일 기자가 찾아간 대청마을 A·B구역(면적 9만992㎡)은 서울지하철 3호선 대청역 3번 출구에서 5분~10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먼저 찾은 A구역은 반지하를 포함한 붉은벽돌 주택과 필로티 신축빌라, 공사 중인 건축물들이 혼재해 있다. 대부분 거리는 고즈넉하고 방치되지 않은 채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기존 신속통합기획을 준비 중인 슬럼가를 연상하는 재개발 예정지와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1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인 A구역은 지난 2021년 ‘공공주도 3080+ 재개발’(2·4대책)로 준비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다가 모아타운으로 선정되며 재차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결국 최근 정비사업 추세는 신속성이라는 결론이다.

A구역은 대청역 3·4번 출구와 초·중·고교를 품고 있어 상당한 입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학교 너머 큰길 맞은편에는 재건축을 준비 중인 개포우성7차와 개포한신아파트, 시세 23억~28억원을 자랑하는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등이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청마을 주거밀집지역 신축빌라가 7억원~8억원대인데 이곳에 아파트가 지어진다면 최소 15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B구역은 앞서 C구역과 함께 민간재개발 방식인 신속통합기획 1차에 공모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현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자만이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다. A구역보단 빌라 매물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필로티 건축물인 4층짜리 빌라가 지난해 1월 4억15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9억3000만원(31㎡)에 나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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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주거지역인 대청마을 B구역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빌라가격 키우는 모아타운 정비사업

이날 대청마을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주말 오전부터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개소 지난달 말에 붙은 안내문 가격은 이미 회수한지 오래고 새로운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2년 전만 하더라도 3~4억원이면 살 수 있는 주택들이 최근에는 8억원에서 웃돈을 더 줘야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더라도 올해 거래된 가격은 7억원대로 마무리됐으나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현재 매물들은 8~9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매주 하락폭을 키우는 가운데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빌라들은 가격 급등을 불러일으키며 하락세를 역행하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취재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선 43년 된 4억원 빌라가 지난 9월 12억원에 거래된 사례를 포착하기도 했다. 자양동 사례와 별개지만 일각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부분이 있어 현금보유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박병찬 리얼피에셋컨설팅 대표는 최근 직방TV 인터뷰에서 "과거 뉴타운이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정책이었다면 모아타운은 빌라 가격을 올리는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아타운 정비사업은 과거의 정비사업처럼 단계마다 가격이 올라가지 않고 초반부터 가격이 훅 오르는 선반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모아타운으로 인해 주변 개발 예정지에서도 동의서를 걷기 시작하면서 빌라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의서를 걷는 행위 자체가 재개발 희망을 키운다는 해석이다.

그는 "모아타운은 사실 선정이 됐다고 해도 주민동의율 80% 이상을 채우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며 "빌라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만큼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이다"고 주의를 요망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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