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전기] "에너지 과소비·낭비, 국가 경쟁력 떨어뜨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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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대교 야경.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국내 전기 등 에너지 과소비 및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말연시가 아니어도 곳곳이 불야성이다.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성수기인 겨울철이나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에도 난방 또는 냉방 이기주의에 공공이든 민간이든 에너지 절약 노력의 모습을 찾기도 어렵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도 먼 나라 얘기다.

그 사이 경제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국가 경쟁력은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5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에 이르는데도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평가된다. 세계에서 8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1.7배가 넘는다. 10년간 OECD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0.2% 감소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연 0.9%씩 늘었다. 지난해 11년 만에 가장 높은 5.4%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2%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만 놓고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전체 소비는 4위, 1인당 소비는 5위다.

실제로 민간 부문의 에너지 과소비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우선 반도체·자동차·철강·화학 등 주력 산업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돼 있다. 도심 건물이나 아파트는 한 밤 중에도 대낮 같이 밝다.

공공부문의 에너지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다리 조명을 비롯해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원 분수 등 운영실태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강 다리는 형형색색으로 휘황찬란하다. 공원 분수는 비가 오는 날에도 솟구친다. 국민의 혈세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곳인데도 전기를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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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물론 산유국인 미국도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예외 없이 에너지 허리띠 조이기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에너지 다소비는 국내 경제구조 자체가 고비용 저효율이란 뜻이다. 고비용 저효율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물건을 비싸게 만들면 제품 판매 가격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가뜩이나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는데 여기에 원료비까지 올라가면 그 비용들이 모두 제품 판매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제품 판매 가격이 높아지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경쟁력의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 경고등이 이미 들어왔다. 지난 10일 현재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37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8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247억27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무역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적자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흑자(206억6900만달러)에 비하면 453억9600만달러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 원인의 78%(353억달러)가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에너지 수입 물가 상승 속도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네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으로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결국 국내 고환율·고물가로 이어져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를 많이 사용해 요금이 부담이 된다면 기업이나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감축노력을 하고 에너지효율 관련 투자도 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전기를 싸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요금이 낮으니 절약은 물론 효율 개선에 대한 인센티브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도 "우리나라는 에너지자급률이 17%에 불과한 에너지수입국이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력소비는 세계 최상위, 에너지효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적절한 가격신호를 통해 산업체의 효율향상 투자를 유도하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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