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美·英서 난기류···순항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6 15:01

美 당국, 기업결합 추가 심사 결정···英도 시정조치 제출 요구



대세 지장 없지만 기한 연장은 부담···"불허 결정은 안 나올 듯"

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등이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역시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합병 작업은 주요국 심사가 늦어지며 살짝 난기류를 만난 상태다.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미국 측은 당초 해당 심사를 75일간 하겠다고 대한항공 측과 협의했다. 이달 중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전날에는 영국 경쟁당국이 결합 심사를 유예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합병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며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 측에 요구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 조치 제안서를 영국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영국 측이 28일까지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심층적인 2단계 조사에 착수할지를 결정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독과점 이슈에 민감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은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과 영국 모두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양사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한 와중에 이들이 우리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리가 없다는 인식이 이미 깔려있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노선이 많은 만큼 독과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심사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미주 노선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사안도 크고, 관련 인터뷰도 지난주에 마무리됐다. 그래서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국가의 기업결합심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미국 심사만) 급박하게 진행할 이유는 없다. 시간을 갖고 진행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합병이라는 ‘대세’에 지장은 없겠지만 기한이 미뤄지는 것은 부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발 빠르게 화물기로 전환하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고환율 탓에 3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합병 이후 노선을 정리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발표를 경쟁 당국들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텐데 공정위가 독과점 이슈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주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유럽과 미주, 호주 노선에서만 주 69회의 항공편을 다른 항공사에 내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양사 장거리 노선 대체 필요 항공 편수를 살펴본 결과다. 당장 미주와 유럽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국내 항공사가 부족하다 보니 대한항공이 포기하는 노선 대다수는 외항사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모두) 조건부로 승인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에 이변이나 변수가 생긴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 공정위가 자승자박한 면이 없지 않다.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 불허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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