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투자자 '금투세 유예' 한 목소리...야당 맘돌릴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7 16:43

금투업계 "증시 혼란...보완 위해서라도 유예"



개인투자자 99% 과세 안된다지만...'큰손' 이탈로 약세장 우려



'도입 강행' 외치던 야당, 최근 신중론...조만간 당론 나올듯

2022111701000807700033441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유예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투세로 인해 고액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경우 증시에 큰 혼란이 찾아올 우려가 있어서다. 정부가 내놓은 유예 방안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야당이지만, 최근에는 여론을 의식해 당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채권·투자계약증권의 양도, 펀드의 환매·양도·해지·해산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파생결합증권·파생상품에 관한 이익을 통산해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기게 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10여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금투세 도입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의견을 전달받는 자리로 알려졌다.

금투업계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고액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며, 증시에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투세 도입이 합의됐던 지난 2020년과 현재와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며, 이날 회의에서도 이 점이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시행 유예로 기울어진 금융당국의 입장에 힘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은 "취지 자체는 이해하겠지만 현시점에서 금투세를 도입해봐야 시장에 득 될 요인이 없다"며 "최소한 보완이라도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도 금투세 도입 유예를 원하고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가 아닌 상위 1% 투자자에게만 과세되지만, 이 때문에 ‘큰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남은 개미들은 막대한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오랜 기간 투자하며 고수익을 바라보던 장기 투자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세금 벼락’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여론은 행동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도 등장, 지난달 27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소관 상임위 기획재정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됐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이달 말까지 항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관련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도입하는것은 시기상조"며 "빼앗길 세금도 없지만, 금투세 도입으로 주가가 더 낮아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게 더 걱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정부도 증시 침체를 고려해 금투세 시행을 오는 202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야당 소속 기재위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채 시행까지 약 2개월만을 남겨놓고 있다.

금투세 도입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야당도 최근 들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금투업계와 개인 투자자 모두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도입이 강행될 경우 성난 인심에 내후년 있을 총선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4일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유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금투세 유예 여부에 대해 조만간 당론으로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suc@ekn.kr
성우창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