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중동 최초 개최’ 카타르...석유중심 경제에서 벗어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9 08:00
SOCCER-WORLDCUP/TROPHY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15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개최국인 카타르가 ‘산유국’이란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010년 중동 지역 최초로 월드컵 유치권을 따낸 이후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던 만큼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카타르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을 받는다.

19일 미국의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매체 스포티코에 따르면 카타르는 월드컵을 위해 지금까지 최소 2200억 달러(약 295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카타르 국내총생산(GDP)이 1800억 달러(약 241조원)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10년 이후 매년 183억 달러(약 24조원)를 지출한 셈이라고 스포티코는 전했다.

이는 카타르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에 공을 얼마나 들였는지 점쳐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보다 더 높은 3000억 달러(약 402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220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해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투입된 자금인 116억 달러(약 15조원)에 비해 20배 가까이 높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2018년까지 지출됐던 금액(443억 달러·약 59조원)을 모두 합쳐도 카타르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카타르는 이 자금을 들여 냉방이 가능한 축구 경기장을 비롯해 다양한 인프라에 투자했다. 7개의 경기장은 새로 건축됐고 나머지 1개는 재건축을 거쳤다. 카타르는 또 호텔 객실 2만개 이상을 확보했고 ‘메트로’로 불리는 지하철을 구축했으며 1100마일(약 1700km)이 넘는 도로를 새로 깔았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13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포티코는 축구팬들이 평균적으로 4일 동안 카타르에 머물면서 매일 약 300달러씩 지출할 경우 이번 대회에서 15억 6000달러(약 2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리서치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월드컵 티켓 판매량을 기반으로 카타르 방문객이 150만명에 달하고 최대 75억 달러(약 10조원)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SOCCER-WORLDCUP/QATAR

▲카타르 수도 도하(사진=로이터/연합)

카타르가 월드컵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국가 이미지 개선이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산업이 아닌 관광, 무역, 투자, 비즈니스 등이 활발한 곳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앞으로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2016년의 두 배다.

그러나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의 성공적인 유치가 항상 긍정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월드컵을 개최한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에 있다.

2008년 하계 올림픽에 이어 올해 동계 올림픽마저 개최한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 등처럼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을 진보적이고 자유로운데 이어 개방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에 휘말린 점도 악재다. 인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등에서 이주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켰는데 이들은 숙소 환경은 열악했고 무더위 속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카타르에서 사망한 이주 노동자들이 1만 5021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팬들을 수용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 수천 명을 사전통보 없이 내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코는 이러한 점들로 인해 카타르의 소프트파워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