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자율운항 기술, 연료·온실가스 대폭 감소 용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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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이승주 기자]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최적의 경로 및 속도로 운항한다면 기존 대기시간을 줄여 연료 및 온실가스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 6월 하이나스2.0을 적용한 대양횡단에서 최적 속도 운항을 통해 연료 7%, 온실가스 5% 절감을 이뤄냈다."

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은 지난 1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율운항 기술 특징 중 하나로 연료 및 온실가스 절감을 꼽았다.

그러면서 "특히 대형 선박은 해양 물류의 중심인 만큼, 궁극적으로 자율운항 기술이 결합한 선박이 미래 해상물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며 "정부가 해사 분야의 법제도 정비 등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업계에서 합의된 승인, 인증 프레임워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는 기능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 일문일답이다.

▲아비커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비커스(AVIKUS)는 2020년 12월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설립한 자율운항 선박 전문 스타트업이다. 아비커스는 바이킹의 어원인 ‘AVVIKER’에서 온 말로 자율운항 분야의 프런티어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반의 항해보조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2021년 2월부터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항해보조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현재까지 누적 수주 260 척 이상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연간 100척 이상의 선박에 항해보조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서 확보된 대량의 선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보적 성능의 인지 및 제어 솔루션을 개발해 ‘Maritime autonomous pioneer’가 되겠다는 목표다.

현재 직원 수는 약 40 명 정도이며, 현재 채용 중인 인원을 포함해 내년 초에는 7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비커스에서 진행하는 자율운항 기술 R&D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는 크게 ‘컴퓨터비전’, ‘조종제어’ 2개 분야에서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컴퓨터비전은 자율운항 기술의 핵심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기술이다. 해상에서는 해무와 같은 날씨 조건, 물 반사 등 외부환경이 가변적이고 이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화된 인지 기술이 필요하다. 인지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것이 곧 데이터인데, 현대중공업그룹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하며 압도적인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다.

조종제어 기술의 경우 대형 선박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 와 있다.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레벨 2 솔루션 ‘HiNAS2.0’ 상용화에 성공해 대형선박 23척에 탑재하기로 했다.

자율운항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으며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율운항 기술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개발해 글로벌 Top-Tier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소형 레저보트의 경우 컨설팅 회사와 협업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운전자가 항해와 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자율운항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레저보트의 경우 대형 선박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 또한 매우 크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는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다 위 모든 선박들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하는 상황이다. 자율운항이 탄소중립에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나.

▲선박의 연료는 선속의 약 세제곱에 비례해 소모된다. 즉 2배의 선속으로 운항할 경우 연료는 8배가 소요된다. 선박은 정해진 시간에 화물을 운송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패널티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정박지에 미리 도착해 항만에 대기한다. 하지만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최적의 경로 및 속도로 운항한다면 이 대기시간을 줄여 연료 및 온실가스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하이나스2.0(자율운항 레벨 2 기술)을 적용한 대양횡단에서 최적 속도 운항을 통해 연료 7%, 온실가스 5%를 절감한 바 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들었다. 선주가 이 부분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해상사고의 80%가 인적과실에 기인하는데 사람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견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숙련된 선원이 대폭 줄어들고 있어 선박의 자율운항 기술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이 위험을 자동으로 인지해 제어한다면 인적 과실에 의한 충돌·좌초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장 및 선원들은 자율운항 항해 보조 솔루션 ‘HiNAS’를 통해 자율 경로 생성, 자율 속도 제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접안 보조 솔루션 ‘HiBAS’는 3D 서라운드 뷰 등을 통해 이접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사고 위험이 높은 예인선의 경우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을 통해 선원 없이 무인 자율운항이 가능하다면 인적 사고 발생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김대혁

▲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아비커스의 기술 수준이 타사에 비해 얼마큼 올라와 있는지. 차이점은 무엇인지, 또 향후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자율운항 시장은 아직 개화되지 않았으며 아직 기술적으로 제대로 구현한 회사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솔루션 상용화를 구현하고 있는 아비커스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운항 솔루션에서 핵심은 곧 데이터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모빌아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압도적인 데이터를 빠르게 쌓았기 때문이다. 초기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했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모빌아이를 찾게 됐고, 이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빠르고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그래서 초기 ADA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현재 아비커스는 누적 수주 260 척 이상을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훨씬 더 빨리 데이터를 쌓아 딥러닝 알고리즘의 성능을 차별화해 나가고 있다. 모빌아이처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데이터 자체로 기술 장벽을 쌓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자체가 곧 기술 경쟁력이며, 아비커스는 글로벌 탑티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곧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다. IMO처럼 강제성을 갖고 있는 표준을 선점하게 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IMO의 대표적인 강제 규정 중에는 탄소 배출량, 통신 프로토콜, 사이버 보안 등이 있고, 이는 모든 고객사나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 규정에 맞지 않는 선박은 해상에서 운항이 불가능하다. 자율운항 기술과 관련된 어떤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면 이 표준을 주도하고 선점한 회사는 기존에 기술을 개발해오던대로 하면 되고, 그 외의 다른 회사들은 표준에 맞춰 다시 개발해야하기에 국제 표준 선점만으로 몇 년을 앞서갈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선사 및 항통장비 업체가 중심이 된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자율운항 기술을 실증하고 산출물을 이용해 강제성이 없는 ISO표준을 선점한 뒤, 이를 강제성이 있는 IMO 표준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국책과제를 통해 표준을 만들고 이것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 표준의 경우 개별 기업, 단체 등 민간에서 주도하기보다는 국가 및 정부에서 주도해야할 부분으로 현재 아비커스가 참여하고 있는 1600억원 규모의 해수부·산업부 자율운항 국책과제에도 표준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앞으로 표준 제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테스트 베드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로 ISO 룰 제정 및 IMO 규제 제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급·기국과의 협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아비커스는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과 자율운항 레벨 2 솔루션을 수주한 것으로 안다. 레벨별 특징과 레벨 3 이상 상용화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는지.

▲자율운항의 레벨 별 특징은 DNV, BV, NFAS, LR, ONE SEA 등 여러 선급·기국에서 정의하고 있으며, 서로 매우 상이한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IMO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하지만 아직 ‘최소승무규정’, ‘원격제어’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지속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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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3 이상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항해사(사람)가 아닌 시스템(기술)이 견시의 책임을 지는 레벨 3 이상의 기술은 현재 법규상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자동차의 자율주행기술 또한 기술적으로는 레벨 3 이상으로 고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은 개발 및 연구의 역사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기술 또한 충분히 고도화 되지 않았다. 레벨 3 이상의 상용화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해운사들은 자율운항 솔루션 가성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된다면 1년 간 배 1척당 얼마 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나.

▲선박을 운영하는 데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인건비는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예인선의 경우 전체 운영 비용 중 40% 이상이 인건비로 구성될 정도로 고비용의 인력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의 예인선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매우 숙련된 선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예컨대 리모컨을 통해 예인선을 원격 제어함으로써 총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단거리 해상 운송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EU, 미국, 일본 등)에서는 수요가 더 높을 것이다.

아비커스는 국내외 선사와 ‘HiNAS2.0’ 시험 탑재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의 경제성 향상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아비커스 솔루션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산출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한다고 했다. 그간 자율운항 기술에 부족했던 근거 법률이 무엇이었고 어떤 내용으로 마련돼야 하는지.

▲항해사의 인지·판단·제어를 도와주는 항해 보조 단계에서는 규제나 법규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율운항선박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외에도 시스템과 장비의 결합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위험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운항을 하며 잠재적인 위험을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규정을 제·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인 자율운항 선박이 상용화되어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기존 유인 선박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자율운항 선박과 기존 유인 선박간 운항 안전 기준을 협의해 확립해야 한다.

항해사(사람)가 아닌 시스템(기술)이 견시의 책임을 지는 3단계 이상의 자율운항 단계에서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국내외 각종 규정에 따르면 무인선박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승무규정 등에 대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여러 국가들이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테스트 해역을 지정하는 등 개별 국가의 국내법으로 3, 4단계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사안전법’, ‘선박안전법’ 등 해사 분야의 법제도 정비 등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은 기존에 없던 기술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합의된 승인(approval), 인증(certification) 프레임워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는 기능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 공급자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자율운항 기반 해양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가 될 것이다. 대형 선박은 해양 물류의 중심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율운항 선박은 미래 해상물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율운항 기술이 탑재된 소형 레저보트는 고객이 해양레저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의 대형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전세계적으로 1000만 척이 넘고 매년 수십만 척 이상 건조되는 레저 보트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급해 ‘Maritime Autonomous Pioneer’가 될 것이다.

■김대혁 HD현대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장

◇약력 △1985년 서울 출생 △달성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학/석/박사 △2018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9년 현대글로벌서비스 선박유체연구실 △2021년 아비커스 조종제어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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