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 지연' 고팍스, 한국판 FTX 될까...최악의 시나리오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21 15:55

美제네시스 서비스 중단으로 '고파이' 입출금 막혀



예치 기간 만료로 오는 24일부터 환급 요청 몰릴 듯...총 1조원



시장 전반 악재로 번질까...금융위 FIU도 주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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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예치된 고객 자산에 대한 입출금 지연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예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FTX 파산 여파로 환매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오는 24일부터 고객의 환급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고팍스의 파산과 더불어 또다시 업계 전반의 신뢰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도 자산 입출금 상태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의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자유형 상품 원금 및 이자 지급이 지난 16일부터 지연되고 있다. 고파이는 투자자가 보유 중인 가상화폐를 고팍스에 맡기면 이에 대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이번 고팍스의 입출금 지연은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의 여파로 알려졌다. 고파이 예치금은 미국 가상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운용하는 구조다. 그런데 FTX 파산으로 손실을 우려한 고객들의 비정상적인 인출 요청이 증가하자,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환매를 잠정 중단하며 고파이의 자산도 함께 묶이게 된 것이다.

고팍스 측에서는 현재 제네시스 트레이딩 측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고객의 입출금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현시점에서는 우려할 만한 대량 입출금 요청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팍스 관계자는 "운영진의 비도덕적 운용으로 촉발된 FTX 사태와는 다른 문제"라며 "절대 가벼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팍스
고파이에는 언제든지 원금을 넣었다가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 예치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환급받을 수 있는 고정형 상품 두 가지가 존재한다. 이 중 현재 막힌 것은 자유형 상품이지만, 곧 고정형 상품의 만기가 도래할 경우 이 자산을 찾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대량 입출금 요청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입출금 지연사태의 1차 고비를 오는 24일로 보고 있다. 고팍스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만기가 가까운 고정형 상품은 24일부터 지급이 예정된 ‘비트코인(BTC) 고정 31일’로, 113.3279176 BTC(약 25억5000만원) 규모다. 이를 제외한 다른 4개 상품의 예치 자산과 연 1.25%~5.50%에 달하는 이자까지 합쳐지면 고팍스가 지급해야 할 고객 자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오는 24일까지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극적인 환매 재개가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서비스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고객들의 환급 요구가 잇따를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팍스의 파산 선언과 더불어 국내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및 최근 FTX 파산 여파로 가상화폐 거래 열기가 차게 식으며 거래량이 급감해왔다. 국내 거래량 1위 업비트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 약 5조4000억원에 달했던 거래대금이 17일(약 2조원) 3배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줄파산’ 사태까지는 번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의 시장 점유율이 타 거래소에 비해 작은 규모인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도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고파이도 운용 구조 특성상 국내 생태계와 큰 관계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고팍스 측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일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시장 신뢰 저하 외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나, 현 시점 별다른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일 시장 질서가 흔들릴 만한 사태로 번질 경우, FIU의 지원 요청으로 금융감독원에서도 개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아직 금융 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감원은 감독 권한이 없다"며 "단 FIU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요청에 따라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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