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이집트서 지난 20일 폐막
최대 성과로 '손실과 피해' 논의 꼽혀
석탄발전·화석연료 퇴출 더디다는 비판
발전업계 "국내 신규 석탄 역할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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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안인화력발전소. 강릉에코파워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최근 막을 내린 27회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기후위기 대응에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 세계 에너지 위기 상황이 오자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떠오르면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화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시대에 ‘불청객’으로 여겨졌던 국내 민간 석탄발전업계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석탄발전기 가동을 제한하는 석탄발전 상한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간데 이어 석탄발전 보상 기준 등에서 발전업계와 정부간 보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강원 강릉 안인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사들은 내년 본격적인 전력거래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그간 글로벌 탈석탄 기류와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밀려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22일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 세계 에너지 대란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이번 COP27에서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OP27에선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 정점 달성, 석탄발전 단계적 축소,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철폐 등 요구가 있었으나 채택된 합의문에 이들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COP26보다 석탄발전 축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느낌이 있다"며 "당사국들의 자세한 입장을 알기 어렵겠지만 올해 불거진 에너지 대란 영향에 따라 다수 국가가 아직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내비친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전환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신규 석탄발전소를 이용하자는 취지였다. 당사국 총회 분위기에 따르면 신규 석탄발전소가 지닌 역할이 앞으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해 COP26와 올해 열린 COP27에서 논의된 화석연료 퇴출을 대하는 온도차는 뚜렷하게 보였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에 따라 화석연료를 완전히 중단하자는 주장에 화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요금을 올리는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 중심으로도 에너지 위기 대안으로 석탄발전 감축을 유예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나 기술이 안정적이지 않은 만큼 신규 석탄발전소가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역할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노후화된 발전소가 아닌 신규 석탄 발전소가 가진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며 실제로 암모니아 혼소나 새로운 발전기를 지어서 운전을 하기 전까지 징검다리 전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COP27에서는 성과와 비판이 뚜렷하게 나눠졌다.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이 당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정식으로 논의하고 관련 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한 점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반면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보다 석탄발전 축소에 관련된 내용은 다소 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총회에서는 화석 연료 퇴출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에 모든 당사국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지난해보다 후퇴한 모습이 나타났다.
COP26 의장인 알록 샤르마는 "과학자들은 2025년 전에 탄소배출이 정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명확한 후속 조치와 모든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약속도 빠졌다"며 "마지막의 에너지에 관한 문구가 최종 순간에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행된 COP26에서는 약 200개 참가국들이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의 ‘글래스고 기후 조약’을 채택했다. COP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가 언급된 게 처음인 만큼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의의가 있었다.
이번 총회에서 다수의 당사국들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 되돌릴 수 없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행동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화석연료 감축 결의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과 석유 수출국 등의 행동을 꼬집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화석 에너지 사용 중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주요 배출국’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한 새로운 약속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총회에 직접 참석한 국내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멈춰야 한다"며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전력 생산 부문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중단하고, 개도국까지 포함해 2040년에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