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없어…거래 가뭄”
분당·일산 등 대선 이후 매매거래 10분의1 줄어
재건축 선반영 후 현재 고금리 등 여파로 거래실종
전문가들, 거래절벽 해소 위해 추가 규제완화 필요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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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없어요. 그나마 올라온 호가에 만족하는 매수자들도 없고요. 서로 눈치만 보다가 이젠 매물이 회수되고 전월세만 늘어났네요."(분당 서현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
경기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심각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및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해지는 사이 가격은 더 떨어지거나 전월세로 전환되고 있고 거래는 멸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 매매건수는 대선 당시 기대감이 높았던 3월부터 5월까지 각 234건, 222건, 165건 거래가 이뤄졌지만 6월부터 100건 이하로 떨어지더니 지난달과 이달에는 각 22건, 4건 거래가 진행됐다.
이제는 매물 잠김 현상도 심각하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분당은 지난 1월 약 3230개에서 시작해 3월부터 매물이 꾸준히 늘어나 7월 3883개까지 나오더니 23일 기준 3460개로 줄었다. 반면 전월세는 지난 5월 약 1400개, 680개 매물에서 이날 기준 3535개, 1586개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분당 인근 B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에서 기대감을 잔뜩 올려놓고 맹탕 정책을 펼치다보니 매도자도 매수자도 어쩌질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 일산구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일산동·서구도 3월부터 5월까지 총 383, 387, 367건이 거래됐는데 지난달에는 89건, 이달에는 38건으로 거래가 10분의 1로 뚝 떨어졌다.
일산서구 킨텍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C 대표는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기대감은 진작 사라진지 오래다. 이보단 금리인상이 문제다"며 "규제지역 해제 이후 문의가 좀 오긴 했지만 여전히 대출이자가 높아 적체된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3월 118건 거래됐는데 지난달과 이달 34, 32건으로 떨어졌다. 중동신도시가 있는 부천시도 4월 289건 최고 거래를 찍고 이달 33건 거래됐다.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는 4월 128건에서 이달에는 9건밖에 거래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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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한신아파트 및 시범아파트 인근 상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기 신도시는 정비사업과 관련된 정부 특별법이 곧 발표될 예정이긴 하나 경기위축, 고금리 부담 등으로 수요가 지속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당분간 시장변화에 한계가 있어 보이는 가운데 거래시장 숨통을 터주기 위해선 추가 규제지역 해제나 부동산 세금 중과 정책 등의 완화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거래절벽 현상은 기존 주택 외 분양시장에서도 번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절벽 해소를 위해 미분양 해소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살 수 있도록 세제 등 규제완화 및 매입임대주택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며 "또한 중도금대출 12억원까지 늘렸듯 DSR 완화 정책 등도 함께 제시해 분양시장 거래절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분당에선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신도시재건축을 염원하는 집주인들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겸하고 있다. 상품가치와 더불어 사업성이 가장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당에서는 재건축 의지가 남다른 분위기였다.
분당에서 만난 재건축 관련 관계자는 "지금은 관망세가 짙지만 그래도 예비 매수자들이 분당 재건축시장의 상품가치를 알고 있어서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