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비싼 대출” 지적에…연 15% 서민대출 손질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08 15:34
대출금리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8월 35.7%로 급등했다. 제도 시행 2년 반 만에 연체율이 세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서민을 돕겠다며 도입된 정책서민금융이 높은 연체율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품의 부실률이 30%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금리 구조 조정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8월 35.7%로 급등했다. 제도 시행 2년 반 만에 연체율이 세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이 대상이다. 기존에 연체 이력이 있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 원까지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15.9%로 시작하지만, 1년간 성실 상환하고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9.4%까지 낮아진다.



같은 기간 서민금융 상품 전반의 부실 위험도 커졌다. 최저신용자 대상 정책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1.3%에서 25.8%로 상승했고,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 차주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역시 14.5%에서 26.7%로 뛰었다. 이들 상품 역시 최초 금리는 15.9%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높은 금리가 연체율 상승의 직접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지만, 정부 지원 상품마저 민간 고금리 대출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어려운 사람일수록 대출 이자가 더 비싸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언급하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연 15.9% 수준인 일부 서민대출 상품의 최초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 처음 도입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금리를 '햇살론 유스' 수준인 연 3.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할 경우 다른 서민금융상품과의 형평성 문제와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정 소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무리한 지원보다는 상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금리 설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서민금융 재원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도 추진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지난달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처럼 사업별로 나뉘어 있던 재원을 하나로 묶어,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송재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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