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또 파업··韓 경제 멈추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23 14:56

24일 0시부터···6월 ‘물류대란’ 재현 우려



‘복합위기’ 경영 환경 당시보다 심각···"대화 통해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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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또 파업 카드를 꺼내들면서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경기침체 우려, 자금시장 불안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워낙 많은 상태라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3일 산업계와 민주노총, 정치권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0시부터 운송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총파업은 올해 6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당시 산업계는 2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큰 타격을 입었던 철강, 자동차, 시멘트, 식음료 업계 등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6월 8일간 총파업 여파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72만1000t의 철강을 출하하지 못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포스코는 제품 적재 공간이 없어 냉연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기업들은 6000여대의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반도체 대란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도 차량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를 옮기지 못해 수출 물량을 평소의 절반 수준만 소화해야 했다.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후폭풍도 상당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레미콘 업계도 일감이 줄었고 크고 작은 건설 현장에서도 잡음이 계속 새나왔다. 석유화학 업계는 당시 파업으로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000t) 대비 10% 이상 줄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총파업이 길어질 경우 기업들이 입을 상처가 당시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5개월간 급격한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진 상태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원자재 가격 급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화물연대 뿐 아니라 전국철도노동조합까지 24일 오전 9시부터 준법투쟁(태업)을 예고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로 인해 일부 열차 운행까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운행이 중지되는 열차는 24일 8편, 25일 10편이다.

항만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항만공사는 부두 밖에 임시 장치장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도 컨테이너 임시 장치장을 마련했다. 경기도, 충남도, 부산시 등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연대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했다.

현행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전체 사업용 화물차 중 6.2%에 불과한 컨테이너 및 시멘트 운송 차량에 제한된다는 게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 이를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그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된다. 정부는 이 제도 시행 기간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했지만 화물연대는 예정대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 운송거부나 운송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모든 조치를 강구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의 이유로 내세우는 안전운임제 연장 문제는 이미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집단운송거부를 예고하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민생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운송거부 사태를 국회 입법 논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는데 입법을 앞둔 상황에서 운송거부를 예고했다"며 "초반부터 강력히 운송거부에 대응하고 심각해질 경우에는 운송 개시 명령까지도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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