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장 판도 변화 선제적 대응···일본車 견제
인도네시아 거점 생산시설 확보···정부와 AAM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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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라는 ‘투 트랙’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선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이 선점한 만큼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 시장 판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현지에서 상당한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지 AAM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가 자체가 1만8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육로 교통이 발달하기 힘든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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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MOU 체결식에서 신재원 현대차그룹 AAM본부장(왼쪽)과 밤방 수산토노 인도네시아 신수도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은 우선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AAM을 시험 비행하는 등 생태계를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향후 아세안 지역을 넘어 글로벌 AAM 생태계 조성에까지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공장 건설에만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가 투입됐다. 이 곳은 올해 안에 15만대, 앞으로 25만대 규모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내년 3월부터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확보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세안이 일본 브랜드의 ‘텃밭’이긴 하지만 토요타, 닛산, 혼다 등은 현대차그룹 대비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완성차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 생산 시설 마련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현장에서는 전기차 신모델을 내놓기도 이전에 현대차그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2만4266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2427대) 대비 899.8% 늘어난 수치다. 해외 전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수요가 확 뛴 영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을 총 605대 판매했다.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내년부터 아이오닉 5가 본격적으로 출고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건히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대통령령을 통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과 인력 등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부품 수입 관세 및 사치세(15%) 면제가 대표적이다. 정부에서 사용하는 차량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만대 이상, 총 13만여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현지화 전략에 부응하고 지속가능한 배터리셀 공급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 산업 단지 내 총 33만㎡ 면적의 합작공장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한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2024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