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대표 단지 ‘엘·리·트’ 매맷가 20억원 대 ‘붕괴’
강남·서초구에 비해 컸던 집값 상승폭 영향도 급락 요인
갭투자 힘들어 부동산 하락장 시기 급급매 매물 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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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 사이에 롯데월드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사진=김다니엘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대출 이자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 종부세까지 고지돼 스트레스가 큽니다.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민 A씨는 가파르게 하락하는 집값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기조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철옹성이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가운데서도 특히 송파구 집값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양상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비해 약세 지역인데다 부동산 급등 시기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컸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7억원 넘게 떨어졌으며 3년 전 해당 단지 실거래가와 동일한 수준이다.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잠실엘스 뿐만 아니라 송파구 전역에서 목격됐다. 일명 잠실동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로 불리는 단지의 전용 84㎡는 최근 실거래가가 모두 20억원 이하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2호선 잠실역 초세역권 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말 19억85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1월 기록한 28억7000만원 대비 33.5% 하락했다. 9510가구 규모 대단지인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또한 지난해 10월(23억8000만원)과 비교해 29.4% 떨어진 16억8000만원에 지난 11일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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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비해 큰 낙폭을 보인 잠실동 잠실엘스 전경. 사진=김다니엘 기자 |
◇ 강남 3구 중 송파구 하락세 ‘뚜렷’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는 전주 대비 0.57% 하락하며 각각 -0.37%, -0.27% 떨어진 강남구와 서초구에 비해 큰 낙폭을 보였다.
강남3구 중 송파구의 상대적인 약세가 두드러지는 요인으로는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꼽힌다.
정부의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불가 규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매가격이 15억원선을 넘는 송파구 아파트 단지에 현금부자들을 제외한 수요자들의 접근이 어렵다. 게다가 뭉칫돈을 가진 투자자들의 ‘똘똘한 한 채’ 수요로 송파구 대신 강남·서초구로 눈길을 돌리다 보니 투자면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금을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중단되고 실거주자로 수요층이 제한되면서 부동산 하락장 시기 일반 매물보다 금액이 낮은 ‘급급매’ 거래가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잠실2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다주택자들이 급매로 싸게 내놓은 물건들이 여러 건 거래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매물 또한 20여건 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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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3가구 대단지 잠실동 리센츠 전경. 사진=김다니엘 기자 |
◇ 최근 상승세의 역효과 커…외곽 지역 ‘효과’
전문가들은 강남3구 중 송파구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큰 것은 상대적으로 높았던 집값 상승폭과 물량 차이에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년간 송파구 집값은 강남3구 중 가장 많이 상승했지만 역대급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들은 급급매 위주로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이 성사돼 하락세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고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는 강남3구라고 불리지만 사실 송파구는 강남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강남구와 송파구에 집이 한 채씩 있다면 당연히 후자부터 매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송파구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지만 부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 지역"이라며 "보통 외곽 지역부터 집값이 빠지는 것처럼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여진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어지는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송파구 집값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또한 나왔다.
잠실3동 내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험상 거래량이 급증하면 집값 하락세가 멈추는 기조가 있었다"며 "최근 급급매로 거래된 물건 중에는 상속물건도 많이 껴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잠실 아파트는 며칠 만에 가격이 급등해 거래된 경우도 허다하다"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