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CF'에 꽂힌 금투사, 비용 대비 효과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1 10:29

미래에셋·KB증권, TV·유튜브·영화관에 광고 송출...한투운용도 합세



인기 연예인까지 기용...월드컵 경기 중 나와 '관심도↑'



막대한 비용 지적에 "진짜 목적은 이미지 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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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코미디언 문상훈, 배우 이동욱이 각각 KB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CF에 출연했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금융투자회사들이 TV, 유튜브, 영화관 등을 통한 연금 CF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관심이 높아진 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 CF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단순한 상품 홍보가 아닌 증권사 브랜드 노출이 목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자사 연금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CF를 동원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하는 연금’이라는 제목으로 자사의 해외 투자 역량을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CF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 시즌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영상이 송출되는 방송사와의 계약으로 경기 중간중간에 광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은 아니지만, 삼성금융그룹의 ‘모니모’ CF도 미래에셋증권과 동시에 송출되고 있다.

KB증권 역시 ‘연금하기 좋을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제목으로 CF를 제작했다. 현재 떠오르고 있는 코미디언 문상훈을 기용해 MZ세대들에게 맞는 재미가 돋보인다. ‘깨비증권 마블TV’에 업로드된 이 광고는 지난 30일 기준 조회수 총 212만회를 넘었으며, 일부 영화관 상영 전에도 송출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CF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연금부자 한국투자’라는 슬로건으로 배우 이동욱을 기용해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증권사보다 규모가 작아 CF 제작이 쉽지 않은데, 연예인까지 섭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장래에 원하는 것을 가지려면 지금부터 연금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주 대상층인 젊은 직장인 및 학생들을 노린 트렌디한 구성이 특징이다.

금투사들의 CF가 주로 ‘연금’에 포커스를 맞춘 배경도 주목된다. 현재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시장 침체로 중·단기 직접 주식투자에 대한 열기가 식었는데, 디폴트옵션 시행 및 노후 대비 자산에 대한 경각심 증가로 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각 금투사들은 자사 개인형퇴직연금(IRP) 및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신상품 홍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CF 역시 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CF 제작과 송출, 인기 연예인까지 기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데 반해 그 효과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TV CF의 경우 TV 자체의 영향력이 많이 축소됐고, 다른 CF들도 실제 금투사들의 매출이 도움이 됐는지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특히 월드컵 경기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의 경우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 요구되기도 한다.

CF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연금 투자’를 주제로 한 트렌디한 영상을 구성했지만, 어떠한 이유로 연금에 투자해야 하는지 명확한 설득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연금 투자를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CF의 진정한 목적은 증권사의 브랜드를 영상을 통해 내보낸다는 데 있다"며 "가령 전통적 방송 수단으로 상징성이 있는 TV에 자사 CF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같이 중요한 기간에 판매되는 CF 송출권은 단가가 높은 패키지로 따로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번에 증권사가 CF에 뛰어든 것은 ‘국가대표와 동행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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