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잔액 827조, 역머니무브 지속
전월 증가 폭에 비해서는 40% 수준
금리정점 전망과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영향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대기업대출 4조원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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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11월 정기예금 잔액이 19조원 늘었다. 증가세는 지속하고 있으나 전월에 약 48조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해서는 증가 폭이 절반 이상 줄었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자금확보 경쟁 자제 요청으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어 은행으로 자금 이동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은 11개월 연속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특히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기업이 늘어나며 대기업 대출도 한 달 새 4조원 이상 증가했다.
1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1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710억원 늘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1년 기준 약 5% 수준까지 치솟자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해석된다.
단 전월에 한 달 간 정기예금 잔액이 47조7231억원 늘어났다는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4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르면서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어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 속도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자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달 24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를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금융권에서 1년 만기 기준 5%대의 정기예금 기본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5.1%),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5%) 뿐이다. 한 때 5%를 넘어섰던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예금 금리는 4.98%로 소폭 내렸고, 4%대 중후반 수준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많이 분포돼 있다.
정기적금 잔액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11월 말 기준 잔액은 38조3545억원으로 전월 대비 6472억원 줄었다. 10월에도 3080억원 줄었는데 지난달에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19조6631억원 줄었는데, 지난 7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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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
가계대출 잔액은 11개월 연속 줄었다. 11월 말 잔액은 693조346억원으로 전월 대비 6129억원 감소했다. 9월과 10월 1조원 이상 줄었던 것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510조7634억원)은 1조6277억원 늘었으나, 신용대출 잔액(121조5888억원)이 2조411억원 감소했다. 금리 인상 부담이 지속되자 차주들이 우선 상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대출 잔액은 710조4214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7507억원 늘어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111조3276억원)이 4조1802억원 증가하면서 전월(6조6651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 폭이 컸다. 올해 대기업 대출은 8월까지 최대 2조원대 증가 폭을 보였는데, 9월에 3조7332억원으로 증가하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였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회사채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발행 부진으로 약 3조2000억원이 순상환됐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