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느냐 마느냐' 신한투자증권, 조정안 두고 고심 깊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2 07:00

헤리티지펀드 '전액배상' 결정 수용 여부 눈길



받아들일 경우 실적 악재...지주로 번질 가능성도



거부도 힘들어...여론 및 금감원 갈등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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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 계약 취소에 따른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문이 판매사들에 전달된 가운데, 이를 수용할 경우 신한투자증권의 거대한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없어서다. 나아가 지주사의 실적 악화, 주주들의 반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론과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어, 신한투자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신한투자증권 등 7개사가 판매한 펀드다. 판매사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독일에 소재한 ‘기념물 보존등재 부동산’ 헤리티지 건물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브릿지론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해외 시행사 파산 등으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안이 각 판매사에 통보됐다. 같은 달 21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사유로 한 전액 배상 결정에 따른 것이다. 즉 펀드 제안서의 내용이 과장되거나 허위로 작성돼 민법상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판매사가 투자금 전액을 고객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요지다. 판매사들은 이 조정안을 수취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들의 이번 조정안 수락 여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동향이 주목되고 있는데, 판매사 중에서 헤리티지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 6개 판매사에서 헤리티지 펀드가 4835억원어치 팔린 가운데, 이 중 80%에 달하는 3907억원이 신한투자증권의 몫이다. 다른 판매사들도 신한투자증권의 선택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통보가 온 상태"라며 "신한투자증권은 분조위 판단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받자니 실적에 타격...안 받자니 여론·금감원 갈등 부담


신한투자증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은 2272억원어치 헤리티지 펀드 관련 충당금을 계상한 상태인데, 전액 배상 시 약 15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충당금 설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영업외비용에 반영돼, 해당 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건에 대해 계약취소에 따른 판매사의 전액 배상을 결정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신한투자증권은 1145억원의 영업외손실을 실적에 반영하며 작년 4분기에만 467억원의 적자를 봤다.

신한투자증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핵심 계열사로써, 충당금 추가 계상이 현실화할 경우 모기업 신한지주의 실적 악재도 피할 수 없다. KB금융지주와의 ‘리딩 금융’ 경쟁에도 불리해질뿐더러, 주가 하락에 대한 신한지주 주주들의 반발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그 때문에 조정안 수용 결정 기한에 대한 연장 요청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으로써도 여러 가지 법적 검토를 거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이사회를 설득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의 이사회가 조정안을 동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한번 연장을 신청하면 2주 정도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감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사안이라 수용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안 거부도 쉽지 않다.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투자자를 비롯한 여론의 반응이 호의적일 리 없다. 이미 지난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전액 반환 결정을 수용한 바 있어, 비판의 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에 대한 부담도 크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판매사들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소위 ‘눈 밖에 날’ 가능성도 높아서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사안을 우려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조정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이와 같은 전액 배상이 관례화될 경우 국내 사모펀드 시장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헤리티지 펀드에 연루되지 않은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건이 있긴 했지만, 금감원장이 바뀌면서 이번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판매 과정에는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데도 이런 결정이 일반화된다면, 판매사만 모든 리스크를 지고 투자자들은 수익만 취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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