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전력 수급 안정’ 믿어도 되나…수요, 맹추위에 ‘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5 17:02

예비율 10%대로 ‘뚝’…정부 "신한울 1호기 등 추가돼 문제없어"



SMP상한제 시행으로 전력 도매가는 대폭 떨어져, 안정적 연료수급이 관건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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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맹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급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전력 수급의 척도인 전력 예비율이 연일 10%대를 기록했다. 전력예비율이 통상 비상 대비의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 자리 수에 근접한 것이다.

전력예비율이 이처럼 낮아져 전력 수급의 불안감을 키우는 원인은 기온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면서 최대전력(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이 급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오는 14일 준공예정인 신한울 원전 1호기의 본격적인 발전 돌입 등으로 올 겨울 전력수급 안정을 공언했지만 최근 상황이 딴 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전력업계 등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공언과 같이 올 겨울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초 한파 등이 몰아칠 경우 전력수급에 비상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전력수급 비상이 닥칠 경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대상으로 현재 가동 중지 또는 축소에 들어간 석탄발전기를 비롯한 다른 발전기의 풀가동 등도 검토키로 했다.

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저 공급 예비율이 또다시 10%대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4시55분 현재 하루 최대 수요는 8만4914메가와트(MW)에 공급예비력 1만3020MW로 공급예비율 15.33%를 기록했다. 하루 최저 전력예비율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지난 주에도 평일 닷새(전력수요가 적은 토·일요일 제외) 중 29일 하루만 빼고 나흘 간 모두 10%로 떨어졌었다.

공급예비율은 당일 전력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공급예비력을 다시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공급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 수급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발전기 고장 등의 비상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전력이 1만MW, 전력 예비율이 10%를 넘겨야 수급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30일 전국 최대전력은 8만2117MW로, 기온이 영상권에 머물렀던 전날(7만5720MW) 대비 급증하며 8만MW대로 올라섰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 예비 전력은 1만5380MW에서 1만565MW로 감소했고, 공급 예비율은 20.3%에서 12.9%로 뚝 떨어졌다.

서울의 최저·최고 기온이 모두 영하권에 맴돌았던 지난 1일에는 전국 최대전력 수요가 8만352MW를 기록해 오름 폭을 확대했다.

전력거래소는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는 이번 주 내내 하루 최대 전력 수요가 8만MW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공급 예비 전력은 1만3049∼1만5832MW를, 예비율은 15.9∼19.2%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0일 올 겨울 전력수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내년 1월 셋째 주 90.4∼94.0GW(기가와트)로 예측했다. 예비율이 13%로 가장 낮았던 지난 1일 최대 전력수요는 83GW였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올 겨울 전력수급 안정을 자신하고 있다.

오는 14일 상업운전에 들어갈 신규 원전 신한울 1호기의 전력시장 진입 등 공급 능력이 지난해보다 5.3%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전력 공급 능력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최대전력수요는 소폭 증가에 그쳐 올해엔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겨울철 전력수급 불안의 고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울 1호기의 발전용량은 1400MW, 즉 1.4GW다. 국내 겨울철 또는 여름철 수요 피크 때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능력은 100GW(10만MW)다.

이날 기준 공급능력 94.4GW인 만큼 최대수요가 정부의 예측대로 94GW 이내라면 블랙아웃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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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력거래소


예비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급 예비력이 통상 5500MW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의 이상 신호, 1500MW 미만이면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력당국은 특히 공급 예비력이 심각한 상황인 1500MW 미만이면 대정전(블랙아웃) 등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비상조치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으로 1400MW 발전능력이 추가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 대정전은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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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력거래소. 12월은 5일까지 평균치.


한편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12월부터 시행된 상한제로 급등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이날 기준 12월 평균 SMP는 kWh당 240.77원으로 지난달 260.54보다 20원 정도 내려왔다. 다만 겨울철이 전력수요 성수기인 만큼 안정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올 겨울 전력수급의 관건은 발전 설비보다는 안정적인 발전 연료 조달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가 제대로 조달되지 못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발전기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불안정한 LNG·유연탄 수급과 돌발 한파에 따른 갑작스러운 전력수요 증가, 산불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전력수급에 온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또 공급예비력 단계별로 최대 9.8GW의 예비 자원을 확보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고, 필요하면 유연탄과 LNG 추가 현물 구매를 통해 재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혁신정책관은 "LNG, 유연탄 등 연료 수급 불확실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폭설 가능성이 상존해 올 겨울 전력수급 여건도 도전적인 상황"이라면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최대한 활용해 발전용 LNG를 절감하고, 폭설로 태양광발전이 불가능해지는 등 전력수급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추가 예비자원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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