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은 신용대출 중심 가계대출 감소세
"전셋값·금리 부담" 전세자금대출도 줄어
개인사업자 대출도 두 달 연속 축소
"내년까지 가계대출 위축…기업대출 확대"
![]() |
▲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리가 높아지자 차주들이 우선 대출 상환에 나서면서 주요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대출 잔액을 확보해야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어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풍부한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346억원으로, 전월 대비 6129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월부터 11개월 연속 줄어들어 올해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신용대출 잔액이 121조5888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11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금리 부담을 느낀 차주들이 신용대출부터 갚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줄었다. 11월 말 잔액은 133조647억원으로 전월 대비 9978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대출이 줄어들 때도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10월부터 감소(-1351억원) 전환해 두 달 연속 줄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부담을 느끼는 수요가 많아진 데다 최근 높아진 전셋값에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도 감소 전환했다. 11월 말 기준 잔액은 314조7504억원으로 전월 대비 573억원 줄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10월(-4602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 수요가 몰리자 상대적으로 리스크 우려가 큰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가 강화됐다고 은행권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높아진 금리에 부담을 느낀 개인사업자들이 대출을 상환하면서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지금의 대출 감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은행도 미 연준과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를 연 3.25%까지 높였는데, 내년 1분기에 최소 한 차례 금리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시점은 일러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에도 기업대출 위주의 대출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가계에서 새로 대출을 받기 꺼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기업대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일시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위축돼 돈이 필요해질 경우 결국 은행 문을 다시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들도 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5대 은행의 11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11조327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1802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감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우량하고 리스크가 낮은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