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국통’ 양걸 사장 승진···불확실성 대비 차원
스마트폰 점유율은 0%대···‘선택과 집중’ 어떻게
![]()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공략법이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 갈등, 코로나19 봉쇄 등 사업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장단 인사에서 국제관계와 반도체 업황에 밝은 ‘중국통’을 승진시킨 상황이라 스마트폰·가전 등 분야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지가 관심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가전·스마트폰 등을 포함한 DX부문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DX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작년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현지에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도 했다.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들의 집계에서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0%대로 집계되고 있다. TV 역시 중국에서는 화웨이에 밀리고 있다. 올해 들어 화웨이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2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0% 중반 수준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TV 분야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힘을 못 쓴다는 얘기다. 조만간 이뤄질 조직개편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략을 가다듬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DS 부문 대응법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을 틀었다. ‘중국통’ 양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중국전략협력실장 역할을 맡겼다. 현재 사업 환경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양 사장은 부산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강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친 인물이다. 1989년 입사 이후 반도체 분야에 몸담으며 중국총괄대만영업담당, 중국총괄화남영업담당, DS부문 중국총괄 등을 역임했다. 승진 이전에는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으로 일하며 무역 갈등 국면에서 위기관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등에 맞서 중국 당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생산 측면에서는 중요해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는 현지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업 확대를 도모하는 게 숙제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중국 DX 관련 조직개편이나 전략 수정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회장 밑에 혁신팀을 만든지 1년밖에 안된 만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로 나오지만 일정 수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중국 공략에 가속 페달을 더 밟거나, 반대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현지 업체들 존재감도 커졌는데 삼성이 파고들어야 할 고급 라인업은 애플이 돌풍을 일으키며 휩쓸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코로나19 봉쇄 후폭풍으로 인한 아이폰 생산 지연, 미국과 중국 간 관계 악화 등 변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지 경쟁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힘을 주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폴더블폰 등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는 방법 등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