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일으킨 진옥동...'지속가능·고객 중심' 신한금융 바꿀 키워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8 15:32

회추위, 진 행장 성과·미래 대응 능력 등 좋은 평가



"신한의 100년" 강조한 진 행장, 중장기 목표 추진



그룹 CEO 변화...조직·인사 대대적 혁신 가능성

2022120801000439400018441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확정되자 금융권에서는 ‘이변’이란 반응이 나온다. 탄탄한 경영 성과를 내오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행장으로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

진 행장은 이날 면접에 들어가기에 앞서 100년의 신한을 위한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했다. 진 행장이 내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6년의 시간을 보장받게 된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 조용병 용퇴에 세대교체 단행…진옥동 "지속가능경영 중점"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진옥동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4년 간 신한은행에서 보여준 우수한 경영성과를 꼽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다 이익 성장을 통해 리딩뱅크를 차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리딩뱅크는 KB국민은행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신한은행은 3분기 누적 2조592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국민은행(2조5506억원)을 앞지르며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그동안 진 행장이 그룹 안에서 쌓아온 경험과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리더십, 도덕성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진 행장에게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재판 과정에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차기 회장 인선의 이변을 만든 것은 조 회장의 용퇴 결정이다. 조 회장은 회추위 비밀 투표 전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용퇴를 하겠다고 했고, 이에 사외이사진은 만장일치로 진 행장에 손을 들었다. 조 회장은 1957년생, 진 행장은 1961년생으로 사실상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또 진 행장이 일본에서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등을 맡은 일본통으로 재일교포 이사와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진 행장은 이날 면접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행장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고객 중심 경영을 어필하겠다고 했다. 그는 "신한금융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더불어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중점적으로 밝히겠다"며 "재무적인 부분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같은 무게와 크기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장을 4년 동안 하면서 계속 추진해 왔던 고객 중심에 대한 부분을 이사님들께 말씀 드리려고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에 비춰보면 진 행장은 내년 3월 회장으로 취임 후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이 이미 몸집을 최대한 불리면서 금융권의 리딩금융 자리까지 탈환한 만큼 재무적인 성과 이상의 금융사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진 행장은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부터 고객 중심을 내걸면서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철학을 금융그룹으로 확대해 그룹 차원의 고객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 등 글로벌 시장과 디지털 전환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진 행장은 은행권 처음으로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하며 디지털 실험도 적극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신한 뉴 쏠(SOL)을 선보이며 은행 앱의 대대적인 변화도 단행했다.

이날 회추위는 "진 내정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응 능력과 내·외부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부회장직 신설, 차기 신한은행장 관심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이 새 인물 등용이란 결정을 내리며 그룹 내에도 큰 조직·인사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부회장직 신설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 후 진옥동 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부회장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진 행장이 곧바로 회장으로 내정되며 변수가 발생했다. 이날 조 회장은 부회장직 신설과 관련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조 회장과 진 행장이 호흡을 맞춰오며 그룹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달 말 이뤄질 연말 조직개편에서 그룹 변화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은 사업부문제 중 글로벌, 퇴직연금, 자산관리(WM) 총괄직으로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진 사장의 이동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차기 신한은행장에도 관심이 커진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로 회장과 행장의 호흡이 중요하다. 신한금융 부사장과 신한은행 부행장 등 내부 인물들이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진 행장은 2018년 12월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직을 맡다 신한은행장으로 발탁됐다.

한편 진 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한 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앙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일본에서 오사카지점장과 SBJ법인장 등을 지냈고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신한금융 부사장 등을 거쳐 2018년 신한은행장에 선임됐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친 후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dsk@ekn.kr
송두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