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 급물살] 조용병 용퇴 파장...당혹스러운 금융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09 17:18

조용병 회장 ‘사모펀드 사태’ 언급...용퇴 발표



중징계 받은 금융권 CEO, 연임 부담 가중



우리금융 결정에 ‘관치여부’ 판가름날 듯

2022120901000483500020621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 진옥동 신한은행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연임이 유력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돌연 용퇴를 선언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진옥동 행장도 ‘내부 출신’ 인사이고 성과 측면에서 결격 사유가 없는 인물이긴 하나,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의 입김과 같은 다른 압력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굴지의 금융사가 연말 연초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사모펀드 사태 중징계’ 논외였는데...돌연 "물러나겠다" 선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안팎에서 최근 신한금융의 회장직이 교체된 것은 단순 금융지주사의 세대교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조 회장의 경우 2017년 3월 신한지주 회장에 선임되고 한 차례 연임됐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채용 의혹 관련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법리스크를 해소했고, 총 6년의 재임 기간 신한금융이 ‘일류신한’으로 나아가는데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날 확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조 회장의 용퇴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격 용퇴 의사를 밝힌 것은 향후 금융권 CEO 인선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발언 중 ‘사모펀드 사태’라는 표현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간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금융권 CEO에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사실상 CEO가 해당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조 회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주의라는 경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당국의 시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함과 동시에 신한은행장인 진옥동 행장이 신한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금융권 CEO 인사와 관련해 정부의 암묵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의 용퇴를 계기로 현재 중징계를 받은 CEO들도 향후 임기를 이어가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CEO 인사는 확정되기까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는데, 이번 신한금융 인사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CEO들도 연임이 어려운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감독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의 지주사 CEO 교체에 대한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며 "금감원장이 내놓은 발언이 관치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부분"이라고 했다.


◇ ‘라임 중징계’ 손 회장-우리금융 결단 주목

2022120901000483500020622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에 따라 금융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손 회장과 우리금융의 ‘결단’으로 모이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거취를 두고 이사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정부의 영향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일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퇴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경우 ‘관치금융’의 그림자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전 회장이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한 데 이어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의 행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공정성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실제 선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손 회장이 이달 중순 ‘DLF 중징계 취소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DLF 사태와 결이 비슷한 라임 사태의 중징계 건을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민간회사 CEO 인선을 좌우한다는 업계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으로 ‘정부 소유 금융지주사’라는 타이틀마저 없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CEO 인선에 개입할 명분도 크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일단 민간회사의 CEO인 손 회장의 결정을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냐"라고 했다.


ys106@ekn.kr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