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승훈 서울과기대 학장 "내년 전기요금 두 배 인상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1 11:58

"한전, 채권 발행한도 확대 실패로 전력 외상 구입하고 금융권 대출 늘릴 수밖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장 맡아 장기 발전설비 비중 설계 주도



새 전기위원회 위원으로 최근 임명돼 정부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등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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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이 에너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전 채권 발행이 막히면 당장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에 전기요금이 2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채권 발행 한도 상향안이 부결된 직후 에너지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유 학장은 국내 에너지정책 전반을 앞장서 설계하고 있다. 국내 발전설비 비중을 결정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총괄분과위원장으로 계획 수립을 이끌어왔으며 최근에는 전기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심의·의결하는 등 주요 현안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유 학장은 현재 국내 전력시장의 급선무는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라고 강조한다.

유 학장은 "당초 9일 예정된 전기위원회에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 관련 안건이 올라왔다가 전날 국회에서 부결이 나자 안건을 내리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한전채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이 재발의되고 통과되는 데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은 걸린다. 지금 한전은 모든 출장이 금지되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연일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의 유동성 위기로 전력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 학장은 "한전의 발전사회사들도 한전으로부터 전력판매 대금을 받아야 연료를 사 오는데 당장 올해 연말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일단 한전이 한 달 정도는 외상으로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법안 통과에 시간이 더 걸리면 일단은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정말 상황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유 학장은 "결국 내년 기준연료비를 최소 킬로와트시(KWh)당40원에서 50원까지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 사실은 2배로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도매가인 SMP가 KWh당 250원대이고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19.5원을 반영하면 280원 정도가 원가인데 소매전기요금은 125원 수준이기 때문에 팔면 팔수록 적자"라며 "그렇다고 당장 2배를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준연료비를 40~50% 정도 올리고 나머지는 정부의 재정보조금으로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학장은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는 10차 전기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0차 전기본은 지난달 공청회까지 마쳤지만 국회보고가 지연되면서 최종확정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에 수립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정부가 바뀌다 보니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에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저기서 비판이 많지만 나름대로 최대한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궁극적인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에 5년은 너무 짧다. 지난 정부 내내 탈원전이 논란이 됐지만 사실상은 있는 원전을 다 돌렸고 이번 정부에서도 친(親)원전이라지만 마구 늘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유 학장은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무의미한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주장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기업 경쟁력, 안정적 전력수급, 에너지 안보, 일자리 창출 등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국가 경쟁력 유지라는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유 학장은 "일각에서는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는 아예 후퇴했다고 난리인데 실제 그렇지 않다. 내년부터 매년 5.3기가와트(GW)씩, 2030년 이후로는 6GW 씩 늘어난다. 당초 계획보다는 줄었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도전적인 목표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무탄소 전원이면서 전기요금도 낮게 유지하는 방안인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현실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신한울 3·4가 마지막이지만 12기 계속운전으로 10.5GW 정도의 신규설비 확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 학장은 "결국 RE100(기업 생산에 사용되는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문제인데 당장 수출품에 불매운동이나 규제가 현실화되면 일단은 감내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개도국 수출물량이 훨씬 많다. 철강도 유럽보다는 개도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고 정유제품도 거의 80%를 개도국에 수출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RE100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있다. 북미와 유럽정도만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CF100(기업 생산에 사용되는 전기를 모두 무탄소 전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유 학장은 최근 전력수급 비상 상황에서 탈석탄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탈석탄을 한다고 했는데 아무런 보상 방안도 없이 상한제를 한다고 했다가 전력수급이 급해지니까 다시 돌려도 된다고 하고, 탄소중립이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얘기하면서 줄여야 한다고 했다"며 "모든 전환이나 변화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보상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바꿔버리면 투자한 기업들과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나름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투자한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게 흔히 얘기하는 정의로운 전환이고 아름다운 전환이다. 어느 정부가 되든 이게 담보되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할거면 확실히 보상을 하고 추진하면 5년마다 정부의 철학에 따라 바뀌어도 무관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학장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원전,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재생에너지 25%씩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우리는 모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다고 하는데 태양광 이용률은 여전히 15% 수준이다. 유럽은 30% 이상이다. 해상풍력도 유럽은 50%가 넘는데 우리는 25%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이용률이 절반이라 설비용량은 두배로 늘려야 하는데 국토는 좁고 가격은 비싸고 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수급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전원인 원전을 늘리고 LNG와 석탄에 CCS(탄소포집)기술 적용을 확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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