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결단, 다올투자증권 '위기를 기회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2 08:34

태국법인·인베스트먼트 매각...전직원 희망퇴직도



유동성 위기 따른 현금 확보 및 비용 절감 조치



위기대비, 신뢰회복 위한 '고육지책' 해석도...향후 사업 개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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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투자증권.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이 칼을 빼 들었다. 해외 법인으로도 부족해 벤처캐피탈(VC) 업계 상위권 자회사까지 매각한다.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실시하자, 다올투자증권의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시장에 팽배한 상황이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며, 다량의 현금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비장의 한 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태국 법인과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물로 내놨다. 다올 태국법인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태국 소재 현지 법인이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호 VC로써 확고한 입지를 가졌다. 양사 모두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흑자를 내고 있기도 한 ‘알짜’ 자회사인 만큼 수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자회사 매각 절차를 추진 중에 있으나, 관련 세부 조건 및 거래 상대방, 매각 일정 등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다올투자증권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올 하반기 불어닥친 부동산금융 위기의 여파로 해석된다. 현재 중형 증권사들은 올 한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지난 10월경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71%로 중형사 중 톱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최근 실시된 감원 조치도 다올투자증권의 위기를 반영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은 주력인 투자금융(IB) 부문 업황 악화에 따른 조치로, 내년도 불황이 예상되며 부서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진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알짜배기 자회사를 이만큼이나 내놓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위기 수준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의 브릿지 론 규모는 약 2000억원대로, 그 두배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레고랜드 사태로 현금 확보에 일시적 위기를 맞게 됐지만, 자기자본 규모(6949억원)와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 안정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회사 매각 및 감원 등 일련의 조치는 향후 다시 있을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주주와 협력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이 회장의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 혼자만의 저력으로 위기를 넘길 수는 있어도 현 시장 상황상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르는 만큼 단기간에 대량이 현금을 보유해 놓으려면 자회사 매각이 확실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또 실제로 겪은 위기와 그에 따른 갖가지 루머로 다올투자증권이 신용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자회사 매각과 비용 절감으로 발생하는 현금 수입은 다시금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안겨줄 수 있다. 태국 법인과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할 시 발생하는 수입은 약 3000억원 이상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절반 수준이다. 자회사 매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7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는 장 초반 17.42%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다올이 부동산 PF에 집중했다고 해봤자 결국은 자기자본 100%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 너무 황당한 소문이 많이 돌아 불안감을 조성한 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다올투자증권은 그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향후 사업 재편을 통해 또 다른 먹거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감원 조치에 따른 IB 부서 축소와 더불어 수익성 낮은 사업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 웹트레이딩서비스(WTS)가 내년부터 종료되고 해외주식 서비스 규모도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새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 회장도 신년 사업계획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애지중지하던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그만큼 그룹의 단호한 결단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다량 확보된 현금을 통해 다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장기 비전을 펼쳐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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