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주가 이달 내림세 지속, 역대급 재고로 D램 가격↓
업황 회복 더딜 듯...각 기관 통계치 부정적 전망 우세
투자축소·감산 않는 삼전 목표주가 유지...하이닉스는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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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반도체 대표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부진하고 있다. 역대급 메모리 반도체 재고와 수요 부진이 업황 개선을 예상보다 미루고 있는 분위기다. 양사 모두 최근 수년간 매출 성장세가 이어왔지만, 올 4분기 및 내년 연간 실적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와 생산량을 유지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으나,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는 연달아 하향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1.49% 하락한 5만9500원, 하이닉스는 0.49% 하락한 8만1100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이달 들어 4%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4.71%)·SK하이닉스(+2.78%)가 보인 상승세와는 대조적이다. 당초 반도체 관련주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 기대감,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시장을 지배하며 주가가 회복 조짐을 보인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양사의 올 연간 매출 컨센서스도 각각 300조원, 45조원대로,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게 되는 것도 주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 팬더믹’이 만든 반도체 수요 거품이 꺼지면서 역대급 재고가 쌓였고, 고객사들이 이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D램 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IT 구매력이 감소하며 수요도 함께 줄고 있다. 지난 3년 연속 큰 폭으로 성장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연간상승률도 올해는 3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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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진투자증권 |
현재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8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45% 하락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3097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실제 실적이 이보다 더 낮은 ‘어닝 쇼크’가 찾아올 수 있다는 공포가 투심을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3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5690억달러(한화 약 785조원)으로 올해 대비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1% 줄어든 5565억달러(약 735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일부 생산업체들은 결국 감산을 선택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이 만든 버블이 사라지자 세상에는 역대급의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메모리 생산 캐파는 수요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며 "결국 감산이 불가피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매수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는 있지만,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감산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경쟁사 대비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305조원으로 올해에 비해 약 1.3%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설비 투자 축소와 인위적인 감산을 집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2023년 3분기 이후 메모리 업황 반등, 2024년 메모리 공급 부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에서는 연달아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이날 대신증권이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으며, 최근 키움증권(12만원 → 11만원), 삼성증권(14만원 → 11만원), 신한투자증권(11만5000원 → 11만원) 등도 눈높이를 낮췄다. 사업이 반도체 파운드리에 집중된 데다, 투자 규모 축소와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내년 매출 컨센서스는 올해 대비 20.67% 줄어든 36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수요 개선, 공급업체 재고 감소, 추가 투자 규모 축소, DRAM 현물가 반등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