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손질 가닥에 산업계 ‘방긋’…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숨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3 14:59

노사 근로시간 자율 선택권 확대…尹대통령 "노동 개혁 흔들림 없이 추진"

中企·건설·게임업계, 일률적 근로제도 개편 환영 '한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김준현·김하영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공정화 등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간 근로 시간 규제에 따른 인력난, 비용 증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산업계 전반에서 피어나고 있다.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공개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부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주52시간제를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7월 발족 후 5개월간의 논의 끝에 마련된 연구회의 권고안은 근로 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핵심으로 한다. 주요 내용은 주 52시간제를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근로 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으로 이뤄지는데 연장 근로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해 노사의 근로 시간 자율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권고안대로라면 근로자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최대 69시간을 일하고 남은 넷째 주에는 1시간만 일해 208시간의 노동 시간을 채우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연구회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권고했다.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 시간 저축계좌제’ 도입과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려는 방안도 포함됐다. 노동부는 이번 권고 내용을 검토해 이르면 올해 안에 입법 일정 등 구체적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는 민간연구기관의 주52시간제 개편안 권고에 이어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편 의지에 크게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인력난 심화 등을 강조하며 중소기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행된 주52시간제의 개편을 촉구하는 동시에 영세기업의 영위를 위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을 반대하며 여야에 연장 법안 처리를 호소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원 개편안 관련 입장문에서 "중소기업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연장근로 관리단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가 반영돼 그간 경직적인 주52시간제란 틀 안에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를 힘겹게 대응해 오던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벤처기업협회도 "연장근로 관리단위 월 단위 이상 확대 등 이전부터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반영됐다"며 환영했고,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장근로 관리단위 월 단위 이상 확대 등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돼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도 주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최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을 포함한 향후 건설노조 및 타워크레인 노조의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밀려난 공사 기간을 채우는 것에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최근에는 야간작업이 거의 없지만 이 같은 특수상황에서 주말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모든 공정 과정을 주52시간제에 맞춰 진행하기에 지금의 주52시간제 활용에 문제는 없다"며 "다만 건설 관련 노조의 쟁의 등으로 인해 미뤄진 공기를 채울 수 있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이번 권고안 개편 내용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이미 근로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를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이번 제도 개편으로 큰 변화가 있을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근로제도가 게임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었다"며 "구체적인 개편안이 나오기까지 신중히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권고안에 근로제도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sojin@ekn.kr

윤소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