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웃는 회사채...금리인상·레고랜드 그림자 벗어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3 15:47

이달 들어 순발행, 장기물 거래량↑...금리도 하락



금리인상 폭 축소 기대, 유동성 리스크 극복 등 환경 완화 영향



증권가 "좀 더 지켜봐야...정책 불확실성 여전"

채권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이달 들어 회사채 순발행은 물론, 장기물(5년 초과) 거래량도 급격히 커지는 모습이다. 회사채 시장은 올해 계속된 금리인상 및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내내 찬 바람이 불었으나, 점차 레고랜드 사태 리스크가 해소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기대되며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중장기적 회복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9일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가 2739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11월 같은 기간에 각각 4조8379억원, 11월 6884억원의 순상환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깜짝’ 반전이다.

특히 수급사정이 어려웠던 장기물 회사채 거래량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주(5∼9일) 만기별 회사채 유통시장 분석 결과, 장기물 거래량은 2010억원으로 집계됐다. 4억원에 불과했던 4주 전(11월 14~18일) 거래량에 비해 최근 3주 동안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올해 계속되는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내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난 9월 말 레고랜드 발 유동성 위기 사태로 더욱 경색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최근 레고랜드 보증채무가 모두 상환되며 레고랜드 발 리스크가 순조롭게 해소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폭 축소 전망도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안도감은 시장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연 5.375%를 기록했는데, 이는 10월 21일 기록한 연고점(5.735%) 대비 36bp(1bp=0.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BB-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 역시 동기간 36bp가량 내린 11.224%를 기록했다.

연이은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흥행도 회복세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주 SK텔레콤은 2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9250억원이 모아 흥행에 성공, 3100억원을 증액했다. 앞서 SK는 2300억원 모집에서 8600억원이 모였으며, 하이투자증권은 1800억원 수요예측에서 541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에서는 경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단편적인 자금지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의 리스크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 같진 않다"고 귀띔했다.

이런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향후 중장기적 회복세로 이어질지, 단기적 반등에 지나지 않을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비우량채가 국고채 등 우량채의 금리 인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반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수준이 여전히 높은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정상화됐다기보다 채안펀드나 연기금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이 반영된 부분"이라며 "연말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한번 체크해야 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량채 위주로 금리가 하락추세를 보이는데, 비우량채의 경우 최근 미 연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비교적 부진하다"며 "내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불안감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중단되면 크레딧 스프레드가 채권 전반적으로 완화가 됐기 때문에 2월~3월 정도면 전반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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