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분양시장 침체] 미분양 공포 확산에 건설사도 긴장…“내년이 더 힘들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3 15:40

둔촌주공 저조한 분양 성적표에 얼어붙은 청약 심리



미분양 우려에 할인 분양·현금 지원 단지도 증가세



“내년 미분양 증가에 분양 시장 침체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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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세에 청약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분양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해 최대 분양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청약 성적표가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내년 분양시장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도 분양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계속된 미분양에 올해 7번의 청약 공고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여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고 일부 물량 분양가를 최대 15%까지 할인하고 나섰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트레뷰’는 중도금 최대 60% 대출, 4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금 300만원 지원 등 추가 혜택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고 자금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다.

과거 서울 주요 분양 단지들 사이에서 완판이 줄을 잇던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입지가 뛰어나다고 해도 집값 하락 불안에 청약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청약이 진행된 서울 아파트는 지난 7일 기준 6548가구(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모집에 6만988명이 접수해 청약 평균 경쟁률 9.3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1721가구 모집에 28만1975명이 1순위에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16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1년 새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청약 경쟁률이 발표된 이후 시장 분위기가 더 빠른 속도로 침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둔촌주공은 올해 분양 시장의 최대 관심 단지로 ‘10만 청약설’까지 나오면서 성적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은 지난 8일 분양 일정을 모두 끝내고 오는 15일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무더기 계약 포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 불황에도 청약통장을 둔촌주공에 사용했다는 것은 계약 의지가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다자녀 특별공급 등 미달된 물량은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신청자 내에서 다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일반공급분도 계약까지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둔촌주공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시장에 불안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에 청약에 신청했던 사람들도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하고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둔촌주공 경쟁률을 내년 청약 시장 가늠자로 보고 있던 이들 역시 이번 결과를 계기로 청약을 망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 건설사들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단지가 늘어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우려가 커지면서 분양일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지역 시공능력평가 18위 업체인 동원건설산업은 최근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금리 인상이 지속될 내년 상반기까지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내년에 작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부도가 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금 여유가 그나마 있는 건설사들은 미룰 수 있는 사업지는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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