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임원부터 IB 부장들까지...세대교체 가속화
80년대생 "오히려 늦었다, 윗세대 물러나야"
70년대생 "중후반 출생자들도 피해자...소외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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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1980년대생들이 몰려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 연말까지 40대 초중반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활발히 일어나,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서 80년대생 임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투자금융(IB) 부서에서도 부장을 맡는 사례가 나타났다. 반면 오랜 기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70년대생 중~후반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은 80년대생 임원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 승진하게 된 홍완기 이사대우는 1980년생으로, 대신증권 트레이딩부를 거친 후 2011년부터 키움증권 패시브솔루션팀 근무 중 내년부터 임원직을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조영혜(1989년생) 부동산개발3팀 이사대우가 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올라 화제가 됐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80년생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지난해 연말에도 8명의 80년대생을 임원으로 승진시켰고, 팀장 및 지점장 중에서도 23명을 80년대생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에는 이미 1980년생 한정원 전무가 2019년부터 홍보 담당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올해 6월에는 NH투자증권 주식발행시장(ECM) 사업부 내 ECM 1·3부 부서장이 각각 1980년생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이미 수년간 기업공개(IPO) 부서를 80년대생 위주로 꾸리는 중으로 알려졌다. 비록 임원은 아니지만, 업무 담당자의 ‘이름값’이 중요한 가치로 통하는 IB업계인 만큼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라는 평가가 다수 나오기도 했다.
벌써 무대에서 퇴장하는 80년대생도 있다. 박재민 토스증권 전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으로,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맡던 중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전 대표 외에도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사내 문화가 유연한 핀테크 증권사 특성상 젊은 주요 임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호(1981년생) 토스증권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장립(1980년생) 카카오페이증권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운용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에서는 이번 연말 1982년생 임태혁 상장지수펀드(ETF)운용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이사대우 포함 18명의 임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80년대생 "윗세대 물러날 때"...70년대생 "우리도 인사적체 피해자"
80년대생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70년대생들이 오랜 기간 ‘장기 집권’하는 상황에서 이제야 기회가 왔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80년대생들이 차지하고 있는 40대 초중반 연령의 경우 과거라면 지점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아직도 실무 담당자를 맡는 경우가 많아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80년대에 태어난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비정상화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윗세대가 물러나질 않으니 20대부터 40대까지 다 묶어서 ‘MZ’라는 한 세대로 불리는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70년대생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나온다. 득세했다지만 어디까지나 70년대 초반 출생자들 이야기일 뿐이며, 중~후반 출생자들도 인사 적체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던 ‘6말 7초(60년대 말~70년대 초반 출생자)’ 임원 밑에서 승진길은 좁아진 가운데, ‘파격’ 인사로 아래 세대인 80년생이 상사가 되는 경우가 나오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매해 진행되는 연말 희망퇴직에서 70년대생 전체가 대상자로 포함되기 시작해 소외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희망퇴직 희망자를 받은 KB증권은 1982년생까지 희망퇴직 적용 대상 범위를 넓혀, 대형증권사도 예외가 아님을 보였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70년대생들이 충분히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장 생활이니만큼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겠지만, 이미 이 때문에 이직 혹은 퇴직을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