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철광석 가격 하락, 후판가 큰 폭으로 인하해야"
철강업계 "글로벌 경기·업계 상황 등 종합적 판단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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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제 3부두. 사진=포스코 |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조선용 후판가 협상을 두고 여전히 양 업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후판은 6mm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총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자재다. 조선사의 선박 이윤을 20%라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 시, 후판가가 당장 t당 5만원만 하락해도 수천억대의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그간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후판가는 지난 2020년 t당 60만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120만원까지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계는 후판가를 충당금으로 설정,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t당 233.1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철광석 현물가격은 t당 112.40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 10월 말에는 t당 79.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조선업계는 후판가를 큰 폭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후판이 t당 70~8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값은 총원가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인하가 확정된다면 조선사 입장에선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와 업계 상황도 충분히 고려돼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고환율·태풍 ‘힌남노’ 피해·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가 겹쳤다.
이에 철강 시황을 반증하는 재고자산회전율도 포스코는 지난해 3.35회에서 3.27회로, 현대제철은 5.31회에서 4.66회로 떨어졌다. 이에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철강 수요 증가율을 종전 2.2%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떨어진 것과 별개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인건비·전기세·생산 능력 등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협상이 다소 길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아무쪼록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철강업계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연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이처럼 협상이 점차 길어지자, 정부는 후판가 협상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19일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을 발표하며 안정적인 후판 수급을 위한 양 업계 공동 세미나 및 연구용역 추진, 업무협약(MOU)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