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후보 인터뷰] 김해준 "세제 개편으로 자본시장 경쟁력↑...경청의 힘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19 08:43

지방대 평사원 출신으로 사상 최장수 증권CEO



"가계자산 중 주식비중 적어...세제개편 통해 두배 확대할 것"



"업계 장수 비결은 '잘 듣는 것'...당국·자산운용사 모두 포용"

오는 23일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종 후보군들의 ‘표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종 후보 3인은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금융투자협회장 최종 후보 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강점과 세부 공약, 향후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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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준 교보증권 전 대표이사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40년 가까이 투자금융(IB)업계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석’입니다. 말을 아끼고, 남의 말을 경청하며, 뱉은 말은 지키는 것. 그렇게 정석을 지키다 보니 학벌·갑질 같은 것도 극복하고 알아봐 주는 분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소통의 기본과도 같은 원칙입니다."

김해준 교보증권 전 대표이사는 현재 진행 중인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최종 후보로써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茶)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처럼 대담 내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쌌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신중함과 무게감이 엿보였다.

1957년생인 김 전 대표는 장흥고등학교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 1983년 당시 ‘증권사관학교’로 불렸던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커리어 대부분을 투자은행(IB) 분야서 보냈으며, 2005년 교보증권으로 이직해 프로젝트금융본부장, 기업연금본부장, 기업금융그룹장을 거쳐 2008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후 2021년 퇴임하기까지 무려 13년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 적어...최장수 CEO로서 경험 녹여낼 것"


김 전 대표가 내세운 주요 공약은 ▲행동하고 소통하는 협회 조직문화 조성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혁신성장을 위한 모험자본투자 확대 및 혁신성장 금융생태계 조성 ▲회원사 건전성 제고를 위한 지원 확대 및 선제적 자율규제 강화 ▲자본시장 새 수익원 창출 지원이다.

그는 "증권사 대표이사로서 13년간 다양한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이겨낸 경험이 있다"며 "이를 살려 고금리·고물가·저성장 상황을 회원사들이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우리나라 가계 전체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7% 정도로, 미국에 비해 약 5분의 1밖에 안 된다."며 "만일 금투협회장이 된다면 이를 10%~20%까지 확대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세제 개편이 가장 시급해...장기·배당투자에 친화적이어야"


김 전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발전에 특히 우선돼야 할 것은 세제 개편"이라며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식 배당 수익률은 6%~8%짜리가 많아 은행 예금 금리보다 대체로 높다"며 "하지만 배당 수익은 현 세제상 다른 소득과 합쳐져서 종합소득세 과세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엄청난 비율을 세금으로 빼앗기게 된다. 사실상 배당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현 금융투자 관련 세제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은 1년 이상 장기 배당 투자에 대해 15% 분리가 된다"며 "주식 시세 차익이 비과세고 배당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니 당연히 연말에 배당을 안 받고 팔게 된다. 이는 ‘장기투자를 강조하고 주식 자본시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분명히 반대되는 사항"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러나 현재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고 강조하게 됐다"며 "현재 논란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안도 같은 차원에서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통은 경청...이미 많은 경험을 가진 준비된 인재"


김 전 대표는 이 밖에도 산적한 금투업계의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소통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대우증권에 입사할 때 동료들은 전부 서울대·연세대 등이고, 나 홀로 지방대였다"며 "그러나 영업 성과는 남들보다 10배 이상 좋았다. 능력만으로 거래처로부터의 인정을 받았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한 20여년을 IB 영업에만 종사했는데, 그 업무 자체가 소통이었다"며 "그 당사자에 경청함으로써 필요한 내용을 다 알 수 있고, 그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줘야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 걸 지금까지 평생 해왔으니 몸에 밸 수밖에 없다."며 "으레 ‘협회장만 되면 소통해야 되겠다’는 말이 자주 들리지만, 연습이 안돼서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전 대표는 금융당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당시 IB 업무 관련해 뭐라도 하려고 하면 관에 가서 신고나 허가를 받아야 했다"며 "가끔 재무부에 찾아가서 규제 완화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또한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주 다니다 보면 관하고도 친구가 된다"며 "공무원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 회원사에 대해서도 "자산운용업계가 현재 처한 ‘최악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협회장이 되고 나면 TF를 구성해 치열하게 공부할 것이다. 앞서 강조한 세제 개편 역시 자산운용사들도 염두에 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6대 금투협회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23일 임시총회를 통해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이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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