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외부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20 10:43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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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다. 조합과 시공사들의 추가 공사비 인상 분쟁으로 촉발된 상황이 시공사들의 공사 중단, 공사 지연에 따른 막대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과 높은 일반 분양대금으로 인한 청약 경쟁률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관련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분쟁은 그만큼 정비사업에 걸린 이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비사업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공법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공익보다는 정비사업의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때때로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장 등 조합 임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도 한다.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를 받는 시공사와 용역업체들 역시 비대칭적인 정보와 자금력으로 협상에서 우위에 섬으로써 더욱 큰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다 보니 분양가는 치솟고, 일부 조합 임원들은 부정한 돈을 챙기게 된다. 정비사업 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가 아닌 시공사와 용역업체들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형적 사업 구조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손해를 입기도 한다.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들이 계약 전후로 갑을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조합 임원과 업체 간 유착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필자는 2015년부터 서울시 등에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40여 개의 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최초 실태점검 당시에는 조합 운영의 기준조차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조합 임원들의 전횡을 막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계속되는 도시정비법의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칙 제정으로 조합의 업무 투명성과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가 추가되면서 조합 운영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조합 임원들이,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정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비록 도시정비법은 중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직접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상당수 조합원이 안건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버린다. 결국 사실상 조합 임원들의 의사대로 조합이 운영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내부 감사만으로는 견제도 쉽지 않다.

많은 이권이 자리한 곳에는 여전히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구조 속에서 조합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부패를 예방하려면 법과 행정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감사가 조합 임원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법률감리라는 이름으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외부 법률감사는 본인인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여 본인-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조합 임원들과 장기간 법적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어 한계가 드러난 내부 감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조합만이 아니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은 관리비로 다양한 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는 경우들이 있다. 경기도 시·군의 공동주택 관련 감사를 나가보면 계약 관련 문제들이 적발되기도 하는데,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저변에 부패의 조짐이 보이는 사례도 있다. 계약만이 아니라 선거 관련 민원 역시 빈번하게 접수되는데, 이권에 접근할 기회가 엮여 있어 더욱 치열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단지 조합이나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의 선의에 기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내부의 자정 기능이 한계에 이른 지는 오래됐으나, 조합원들과 입주민들은 추가되는 비용이,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자신들을 감시할 새로운 역할의 등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아 왔듯이 이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 외부 법률감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과 공동주택의 부정부패를 예방할 사회적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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