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민생회의 토론서 발언
대한상의 송년 간담회선 "신뢰 관계로 글로벌 우군 확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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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회장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이른바 ‘투자 절벽’ 관련 "기업도 투자할 돈이 없다"며 정부에 펀딩 활성화 등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정세 변화에 대해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 관계로 우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22일 대한상의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토론 순서에서 "시장이 현재 상당히 막혀있다"며 "이것을 풀려면 펀딩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 전문가들이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목적성 형태의 펀드를 만들어 전략산업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또 "특화된 인력에 필요한 지원책이 뭘까 조금 더 고민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교육과 훈련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청년들도 ‘이 직업이 내가 평생 택할 길’이라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며 "직업 보장을 함께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중산층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확실히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시장이 변했다. 과거 ‘원 마켓’ 형태가 아니다"며 "시장은 쪼개져 있는 상태고 옛날같이 효율성만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 안보를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고, 결국 비용이 더 든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별 특성에 맞는 미래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경제 상황을 진단하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미 거의 모든 나라는 누구 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현상을 영화 제목인 ‘헤어질 결심’에 비유한 것이다.
최 회장은 "암울했던 코로나19 터널을 회복하는데 새로운 복병이 들어오고 있다"며 "단순한 복병이 될지 팬데믹 같은 쇼크를 줄지 걱정스러운 한해"라고 했다.
이어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이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며 "올해는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경험과 대책을 쌓는 한해였다"고 평했다.
최 회장은 "예전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싸기만 하면 통하던 것과는 차별화가 시작됐다"며 신뢰 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 기업은 웬만한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쫓아가겠지만 문제는 내부"라며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한 몸이 돼서 움직이면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것이고 박자가 안 맞으면 자꾸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 사회, 세대, 지방 등의 문제(갈등)는 어느 나라나 안고 있다"며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제도, 시스템과 국민이 얼마만큼 이해해서 빨리 흡수해 적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새해 달라지는 점에 대해 얘기하며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시장이 변했으니 맞춤 정책이 뭐가 돼야 하는지, 변한 시장을 어떻게 맞춤으로 들어가야 할지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거기 맞는 정책을 준다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회복·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최 회장은 "미국과 안보 동맹도 중요하고 넘버원 경제파트너인 중국을 소홀히 하고 배척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G2 갈등이 심해지면 주변국은 더 결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결국 신뢰 관계를 통한 우군 확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고용 한파 우려에는 "고용 콘셉트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며 "똑같은 직업과 형태를 만들어 고용을 계속 창출하라고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yes@ekn.kr